하루 전에야 통보를 받아서인지 아직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K리그 대표 브랜드인 FC 서울을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철학은 확실했다.
황보관 서울 신임 감독(45·사진)이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일본에서 16년 만에 돌아왔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K리그 발전에 기여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서울이 기회를 줘 정말 영광스럽다. 이 영광은 오늘로 끝내고 내일부터 바로 팀 만들기에 들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보 감독은 “구단은 승리도 중요하지만 사회 공헌도 생각해야 한다. 축구를 통한 사회 공헌은 서울이 추구하는 이상이다. 남녀노소 팬들이 축구를 통해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어린이에게는 교육을, 청소년에게는 꿈을, 나이든 어르신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축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승리도 필요하다. 생각의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영리한 축구로 팬들에게 다가가겠다. 그냥 빠른 것만으로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다. 생각의 스피드가 빨라야 팬들도 생각지 못한 재치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보 감독은 ‘팬들이 일본에서의 지도자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도 하고 있다’고 하자 “난 요리사다. 그동안 서울같이 좋은 재료를 가진 팀을 맡아보지 못했다. 재료가 좋으니 훌륭한 팀을 만들어 팬들의 걱정을 덜어주겠다”고 자신했다.
정종수 서울 사장은 “주전들의 입대와 해외 진출로 전력이 약화돼 재창단하는 각오가 필요했다. 또 아시아 최고 명문 구단으로 도약도 해야 했다. 솔직히 인정하긴 싫지만 J리그는 우리보다 출범은 늦었지만 경기력과 구단 운영은 앞선다. J리그에서 선수 및 지도자를 거쳐 부사장까지 한 황보 감독이 서울의 적임자였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일본 오이타 트리니타에서 서울대 출신으로 첫 프로 사령탑이 됐던 황보 감독은 K리그에서도 첫 서울대 출신 지도자란 이정표를 세웠다. 1988년 유공을 시작으로 1995년까지 8년간 K리그에서 뛴 황보 감독은 일본 오이타에서 1997년까지 선수생활을 하다 은퇴해 1999년 오이타 코치를 시작으로 유소년 감독, 수석코치, 감독(2005년, 2010년)을 지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