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수비 중심 트렌드 만들어 작년 5위불구 5년 파격 재계약…올해 KS참패…사장·단장 퇴진
삼성은 1982년 원년부터 프로야구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 역사는 김응룡∼선동열 체제 이전과 이후, 크게 두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2000년까지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말라 몸부림을 쳤으나 좌절로 점철된 시기였다면, 2001년 김응룡 감독 취임 이후 융성과 안정을 동시에 이뤘다. 그 ‘번영의 10년’을 이끈 주역이 김 전 사장과 선 전 감독이었다.
선 전 감독은 2004년 삼성의 투수운용 전권을 갖는 수석코치로 영입됐고, 한국시리즈 준우승 직후 김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전격적으로 삼성 감독으로 등용됐다. 파격적인 5년 계약이었다.
초보 감독 딱지를 무색하게 2005년 첫 해부터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2006년에도 삼성은 2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선 감독이 표방하는 ‘불펜 중심-수비 중심’의 소위 ‘지키는 야구’는 프로야구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선 감독은 2007년과 2008년 연속 4위, 2009년 5위에 그쳐 시련을 맞기도 했으나 2010년 세대교체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삼성을 준우승으로 이끄는 ‘깜짝’ 실적을 올렸다. 삼성은 2009년 시즌 중 5년 재계약을 제의해 선 감독의 10년 집권을 약속하는 파격을 또 한번 감행했다.
그러나 SK와 맞붙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로 패퇴한데다, 든든한 버팀목인 김 전 사장과 김재하 전 단장이 동반 퇴진하면서 ‘그늘’을 잃었다. 감독으로서 6년 동안 417승340패13무의 정규시즌 성적을 남겼다. 김응룡∼선동열의 동반 퇴진으로 한 시대를 종언한 삼성은 다시 현장에서 프런트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