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강팀이라도 천적은 있다. 하지만 그 천적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승반지도 낄 수 없다.” 미국프로농구 통산 11차례 우승에 빛나는 명장 필 잭슨 감독(LA 레이커스)의 얘기다.
팀당 54경기씩 치르는 프로농구가 반환점을 눈앞에 뒀다. 올 시즌엔 상하위권 팀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공동 5위인 KCC와 SK가 7위 LG에 각각 2패와 1승 2패로 밀릴 뿐 6강팀은 모두 하위권 네 팀(LG 오리온스 한국인삼공사 모비스)에 상대 전적에서 앞섰다. 하지만 6강 사이에선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서로 먹고 먹히는 복잡한 먹이사슬 관계 속에서 사령탑들은 그들의 천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선두 전자랜드(19승 7패)는 한 팀을 제외하고 상대 전적에서 모두 우위를 점했다. 한 팀은 바로 삼성.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매치업상 삼성 용병 애론 헤인즈를 막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또 “우리 팀엔 서장훈 문태종 등 노련한 선수가 많지만 삼성에도 경험 많은 선수가 많아 그런 장점마저 상쇄된다”고 덧붙였다.
2위 KT(18승 8패)는 동부와 삼성에 각각 1승 2패, 전자랜드에는 2패로 열세. 전창진 KT 감독은 “우리 팀의 장점이 스피드인데 동부는 스피드가 좋은 데다 신장까지 월등해 어렵다. 삼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전자랜드와 관련해선 “높이가 좋은 서장훈과 허버트 힐을 협력 수비로 막다 보니 문태종에게 찬스를 많이 줬다”고 설명했다.
전자랜드와 KCC에 1승 2패로 열세인 공동 2위 동부의 강동희 감독은 KCC를 천적으로 꼽았다. 최대 장점인 높이가 하승진(KCC)이란 ‘절대 높이’에 막혀서다. 또 골밑에 비해 다소 취약한 앞선 수비를 헤집는 KCC 전태풍의 존재도 위협요소로 꼽혔다.
4위 삼성(15승 11패)은 유독 SK에 약했다. 3전 전패. 안준호 삼성 감독은 “SK의 뛰는 농구에 말렸다. 또 에이스 이승준이 상대 용병 테렌스 레더 수비를 유독 어려워하는 것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KCC(13승 13패)는 어떨까. 허재 KCC 감독은 “특별히 어려운 팀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3전 전패로 열세인 KT만큼은 껄끄러워했다. 감정 기복이 심한 KCC 선수들이 KT의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에 휘말리면 실책이 이어지며 경기가 힘들어진다는 것.
KCC와 동률인 SK 신선우 감독은 높이가 좋은 전자랜드(3패)와 동부(2패)를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들었다. 신 감독은 “김민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생긴 높이의 공백이 너무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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