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기자의 그런거 野]‘대구 토박이’ 류중일은 대구 팬 모을까

누구도 예상치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삼성 선동열 감독의 퇴진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새로 사령탑을 맡은 류중일 감독은 “내가 감독이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했을 정도였다.

뜨거운 관심은 떠나는 이에게 쏟아졌다. 한국 야구에서 선동열이 차지했던 비중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상 해임’의 드러난 이유는 이렇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무기력하게 4연패를 당했고, 부임 때부터 함께했던 김응용 사장-김재하 단장이 최근 동반 퇴진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삼성만의 팀 컬러가 없다는 그룹의 여론이 덧붙여졌다.

삼성만의 팀 컬러가 뭘까. 기자는 문득 2007년 5월 우연한 기회에 대구 지역 상공인들을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 자리를 함께했던 그들 중 대부분은 “최근에는 야구장에 가지 않는다. 요즘 삼성 야구는 재미없다. 대구 출신이 감독을 맡아야 인기가 살아난다”고 입을 모았다. 2006년 2연패를 달성했지만 그해 관중이 전년보다 30% 이상 줄었던 삼성이었다.

신임 류 감독은 대구 토박이다. 고교야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1980∼82년 그는 경북고의 전국구 스타였다. 2학년이던 1981년에는 성준, 문병권 등과 함께 황금사자기, 청룡기, 봉황기를 품에 안았다. 1982년 7월 16일 잠실야구장 개장 기념으로 열린 우수고교 대회 결승에서 부산고를 상대로 잠실야구장 1호 홈런을 터뜨렸던 주인공도 그다. 1971년 전국 중앙대회 4개를 모두 휩쓰는 등 고교야구를 평정했던 경북고의 전성기는 그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1981년 이후 경북고가 중앙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93년 청룡기가 유일하다. 류 감독은 한양대를 졸업한 뒤 1987년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선수와 코치로 24년을 삼성과 함께했다. 평생을 대구에서, 삼성 유니폼을 입고 살아온 그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앞세워 올드팬들을 야구장으로 다시 오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임 류 감독이 보여줄 삼성의 팀 컬러는 어떤 색일까. 그리고 그때 그 상공인들은 올해부터 다시 야구장을 찾을까.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