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 색깔로 본 아시안컵 우승후보 韓-日-이란-호주 4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5일 03시 00분


조광래-중원 장악, 차케로니-빗장 수비
고트비-측면 공격, 오지크-강한 압박

“축구는 선수들이 하지만 지휘자는 감독이다. 지휘자가 없으면 팀도 없다.”

세계적인 명장 조제 모리뉴 감독(레알 마드리드)의 말이다. 축구에선 감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감독의 생각에 따라 팀 컬러가 바뀐다.

아시안컵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전문가들이 꼽는 강력한 우승 후보 4개국은 한국 일본 이란 호주.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4인 4색 감독을 비교해봤다.

○ 다른 상황, 같은 꿈

아시안컵을 앞두고 4개국 감독들은 저마다 다른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숙제를 푸는 방법은 같다. 우승컵을 안는 게 정답이다.

조광래 한국대표팀 감독의 숙제는 아시안컵에 서린 한을 푸는 일이다. 한국은 1960년 대회 이후 51년 만에 우승컵에 도전한다. 조 감독이 “과정은 필요 없다. 아무리 잘해도 우승컵이 없다면 실패”라고 말하는 이유다.

AC 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 등 세계적인 클럽을 이끌며 명성을 쌓은 알베르토 차케로니 일본 감독도 우승이 절실하다. 지난해 8월 지휘봉을 잡은 차케로니 감독은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 승리 등으로 어느 정도 지도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의 의구심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롱런하기 위해선 좋은 성적표가 필수다.

아프신 고트비 이란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이란의 한 언론은 “국민 영웅으로 기억되느냐, 그저 그런 감독으로 남느냐가 이번 대회에 달려 있다”고 표현했다. 고트비 감독 입장에선 이번 대회가 최근 극심한 부진을 털어내고 명예회복할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호주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홀거 오지크 감독 역시 이번 대회 우승으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감독 선임 당시 “명성보다는 경험과 인간적인 측면을 고려해 뽑았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최근 선수 장악 능력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 4인 4색

이들 감독은 색깔이 뚜렷하다. ‘컴퓨터’ 조 감독과 ‘백과사전’ 고트비 감독은 별명처럼 잘 짜인 전술을 바탕으로 세밀한 축구를 선호한다. 조 감독은 그가 생각하는 축구철학을 선수들에게 수시로 A4 용지에 직접 써 나눠준다. 짧은 패스와 많이 뛰는 축구, 중원을 장악하는 확률 높은 축구는 그가 강조하는 3대 포인트. 한국 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활약했던 고트비 감독 역시 ‘생각하는 축구’로 명성이 높다. 그도 반 박자 빠른 패스와 체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특징이 있다면 측면 공격에 비중을 크게 둔다는 것.

오지크 감독과 차케로니 감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압박’이다. 오지크 감독은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못하면 현대축구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차케로니 감독은 수비축구로도 이름이 높다. 한 일본 언론은 그의 이름과 ‘카데나치오(이탈리아식 빗장수비)’를 합성해 ‘차크나치오’란 별명을 붙여줬다. 선수와의 의사소통도 차케로니 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그가 AC 밀란 감독 시절 선수로 뛰었던 레오나르두 감독(인터 밀란)은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항상 먼저 다가와 말을 걸어줬다. 모든 선수가 배려할 줄 알고 따뜻한 그를 좋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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