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 수 있나. 임 찾아 꿈 찾아 나도야 간다.” 영화 ‘고래사냥’에서 가수 김수철이 불렀던 ‘나도야 간다’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꿈을 향해 뛰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지난해 광저우에선 체조 양학선, 근대5종 이춘헌 정훤호 등 본보 ‘나도야 간다’가 만난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엔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에서 꿈을 이룰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만나본다.》
한국 알파인 스키 1인자 정동현(오른쪽)과 김선주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를 앞두고 3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맹훈련을 하던 중 잠시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소외된 종목의 설움 속에서도 알파인 스키 아시아경기 첫원정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평창=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2009∼2010시즌에 국내 스키장을 찾은 사람은 총 663만6529명. 프로야구 한 시즌 관중보다 많다. 하지만 이들 중 가장 스키를 잘 타는 국내 선수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주말마다 스키장은 인파로 북적인다. 반면 겨울스포츠의 꽃인 알파인 스키를 주목하는 이는 드물다. 22년 동안 한국 알파인 스키의 대명사로 불린 허승욱이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다. 최근 스키점프는 영화화되면서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알파인 스키의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600만 스키어가 꼭 기억해야 할 이름이 있다. 온갖 냉대 속에서도 포스트 허승욱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알파인 스키 희망남매 정동현(23·한국체대), 김선주(26·IB스포츠)다. 30일 개막하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에서 ‘원정 첫 금메달’(허승욱 1999년 강원 겨울아시아경기 회전 슈퍼대회전 2관왕)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맹훈련 중인 이들을 3일 만났다.
정동현은 허승욱-강민혁의 계보를 잇는 한국 스키의 간판이다. 국제스키연맹(FIS) 포인트 세계 110위권에 올라 선배들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원 고성 알프스 스키장 주변에서 태어나 세 살 무렵부터 스키를 탔다. 20여 명의 전교생이 모두 스키 선수였던 광산초 흘리분교에 입학해 3학년 때 초등학교 무대를 제패했다. 정동현은 “밴쿠버에선 부진했지만 카자흐스탄에선 허 선배가 못 딴 아시아경기 원정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다짐했다.
김선주는 FIS 포인트로 올림픽에 나간 최초의 한국 여자 선수다. 이전까지는 국가별로 1명씩 주는 쿼터로 올림픽에 나갔다. 2007년 중국 창춘 겨울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밴쿠버 올림픽 대회전에서는 세계의 벽을 실감하며 49위에 그쳤다. 그는 “밴쿠버에서 유럽 선수들의 기량과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보고 놀랐다. 지난해 해외 전지훈련에서 많이 배운 만큼 카자흐스탄에서 대한민국 1등의 자존심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낮은 인지도와 지원 부족 말고도 겨울아시아경기를 앞둔 이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대회조직위가 한국, 일본 선수들을 견제하기 위해 회전과 대회전을 빼 스피드 경기인 활강과 슈퍼대회전만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에는 활강 코스가 없어 사실상 활강 전문 선수도 전무한 상태다.
활강은 표고차가 크고 기문 사이의 간격도 넓은 스피드 경기다. 최고 시속 100km가 넘는다. 정동현은 “활강은 특히 점프를 할 때 착지점이 보이지 않아 어렵다. 하지만 지난해 뉴질랜드와 미국 덴버 전지훈련에서 활강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기현 스키 대표팀 코치는 “스키에선 정보력과 코스에 대한 이해가 승부를 가른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열심히 준비한 동현이와 선주가 일을 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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