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 홍보팀 김태형 대리는 군에서 전역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삽질’을 했다.
포항 지역에 최근 이틀 간 50cm가 넘는 폭설이 내렸기 때문이다.
포항 스틸러스의 송라 클럽하우스 훈련구장에도 눈에 소복하게 쌓였다. 신임 황선홍 감독 체제 하에 하루 두 차례 훈련 중인 선수단에 폐를 끼칠 수도 없는 노릇. 구단 사무국 직원들이 직접 나섰다.
평소 구단 사무실에서 송라 클럽하우스까지 걸리는 시간은 승용차로 약 20분. 그러나 눈으로 인해 4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김 대리를 비롯한 직원들은 이틀 내내 눈을 치우고 또 치웠다. 잔디 위 눈이 얼어 평소보다 힘이 배로 들었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땀이 절로 쏟아졌지만 선수단을 생각하면 멈출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포항의 노하우다. 포항은 평소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 아니다. 올해만큼 기록적인 폭설은 아니지만 작년 3월 초 일본 히로시마 산프레체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30cm 이상의 폭설이 내려 부랴부랴 제설작전에 나섰던 경험이 있다. 당시 AFC 감독관이 눈을 부라리며 눈 치우기를 독려해 전 직원이 총동원돼 진땀을 뺐다.
김 대리는 “평소 눈을 보기 힘든 포항 시민들은 이번에 좋아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정말 너무나 많이 고생했다. 우리 노력이 헛되지 않아 선수단이 올해는 꼭 좋은 성적을 내줬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