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사석에서 최경주(41)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진시몬의 ‘낯설은 아쉬움’이라는 곡이었다. 2000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처음 진출했을 때 그의 처지가 꼭 그랬다. 한국인 최초로 낯선 땅을 밟았던 그는 외톨이 신세였다. 대회에 나가면 누구 하나 말붙일 상대도 없었다. “한국말로 실컷 수다 떠는 게 소원이었어요.”
강산이 한 번 바뀌고 난 뒤 최경주는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게 됐다. 7일 하와이에서 개막하는 PGA투어에 최경주를 비롯해 5명의 한국선수가 뛴다. 39세 동갑내기 양용은과 위창수에 이어 강성훈(24)과 김비오(21)가 신인으로 가세했다. 재미교포 케빈 나와 앤서니 김까지 포함하면 7명의 코리안 브러더스가 북적거리게 됐다. 한국 국적의 태극 5총사는 14일 하와이 소니오픈에서 처음으로 동반 출전한다.
○ 설레는 시즌 준비
최경주와 양용은은 미국 댈러스 인근 집에서 굵은 땀을 쏟았다. 최경주는 후배 홍순상과 하루 10시간씩 쇼트게임 위주로 공을 들였다. 양용은은 “잔부상에서 회복돼 스퍼트를 내고 있다. 스윙의 군더더기를 없애 간결해질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성훈은 지난해 12월 26일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간 뒤 이번 주 팜스프링스에서 시즌 세 번째 대회인 밥호프클래식이 열리는 코스적응 훈련을 했다. 김비오는 태국 전지훈련에 이어 사이판에 들렀다 하와이에 입성한다.
양용은은 “선배로서 귀감이 되는 성적과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각오와 부담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 혹독한 루키 시즌
최경주는 PGA투어 루키 시즌에 30개 대회에서 14차례 예선 탈락했다. 상금 랭킹 134위로 처져 출전권을 잃었다. 양용은 역시 2008년 29개 대회에서 11차례 컷 탈락하면서 상금 157위에 그쳐 시드를 놓쳤다. 선배들이 이런 실패를 겪었기에 강성훈과 김비오 모두 “일단 상금 125위에 들어 내년 투어 카드를 지키겠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위창수는 신인이던 2007년 114만 달러로 상금 84위에 올랐다.
양용은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과 일본에서 잘했던 대로 하면 되겠지 하다 큰코다쳤다. 꾸준하게 몸을 관리하며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경주도 “욕심보다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일단 코스부터 익히며 컷 통과의 작은 목표부터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준비된 새내기
강성훈과 김비오는 어린 나이 때부터 빅리그의 꿈을 키웠다. 강성훈은 주니어 때부터 자주 미국으로 건너가 어학공부와 함께 타이거 우즈를 가르쳤던 행크 헤이니 같은 유명 티칭 프로의 지도를 받았다. 김비오는 중 2, 3학년 때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에서 골프 유학을 했다. 조기교육으로 이들은 난도 높은 미국 골프장에 대한 두려움과 언어의 장벽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이 큰 자산이다. 강성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면 무척 힘들 텐데 국내에서 함께 라운드한 적이 있는 선배님들이 이끌어주실 테니 든든하다”며 자신감을 밝혔다. 양용은은 “나나 최프로님, 창수를 찾아오면 모두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이라며 이런 기대를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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