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지닌 두 인물의 운명이 엇갈렸다. 8일(한국시간) 새벽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우즈베키스탄의 2010 아시안 컵 개막전 A조 1차전. 낯익은 얼굴들이 있었다.
지난 시즌 FC서울에서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하며 소속 팀의 우승을 진두지휘한 제파로프(사진)와 카타르 지휘봉을 잡은 프랑스 출신 부르노 메추 감독. 메추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 당시 세네갈을 8강에 끌어올린 공을 인정받아 한 때 한국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거론됐던 주인공이다.
서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제파로프는 왼팔에 우즈벡 주장 완장을 차고 있었다. 스리톱을 이룬 샤츠키흐-게인리흐-카사노프의 배후를 받친 제파로프는 위치를 자주 전환하며 최전방 스트라이커까지 나섰다.
날카로운 패스와 빠른 돌파에 카타르는 속수무책이었다. 제파로프는 1-0으로 앞서던 후반 32분 팀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 골을 꽂았다. 상대의 횡 패스를 차단해서 넣은 골이었다. 이날 슛을 두 차례 시도했고, 그 중 유효 슛이 한 개였으니 50%에 가까운 놀라운 적중률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트래킹 시스템에 따르면 제파로프는 41개의 패스를 성공시켰고, 인터셉트를 3개, 크로스 2차례를 시도했다. 11.56km를 주파하며 우즈벡 선수단이 기록한 평균 9.72km보다 훨씬 많은 거리를 뛰었다.
2-0 완승을 거둔 제파로프는 끝까지 신사다웠다. 20m 정도에 불과한 믹스트존을 통과하며 무려 5차례나 인터뷰를 가진 제파로프는 한국 취재진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거리낌이 없이 말을 건넸다. “아시안 컵(우승)은 내 꿈이다. 서울에 남을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반면 메추는 처량했다. 홈 어드벤티지는 전혀 없었다. 2012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메추 감독은 박수를 치고, 교체 멤버들이 벤치로 돌아올 때마다 악수를 건네며 격려했으나 패배가 확정되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편, 9일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끝난 A조 경기에서는 장린펑, 덩줘샹의 연속 골을 앞세운 중국이 쿠웨이트를 2-0으로 제압하며 우즈벡과 함께 공동 선두가 됐다.도하(카타르)|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