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에 있었던 한국축구 승강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통해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승강제 도입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프로축구연맹에서 많은 공을 들여 준비한 자료도 잘 봤다. 하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2년 뒤 승강제를 도입하면서 프리미어리그를 창설하면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하부리그가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도입한다는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또 어떤 기준에 의해서 현재 K리그에 있는 15팀(상주 상무 제외) 중 3∼5팀을 떨어뜨릴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해결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일본도 J1리그 위에 상위리그를 창설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우리도 프리미어리그를 만들어 승강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과 우리의 현실은 너무 다르다.
일본은 꾸준하게 J1과 J2로 나누어 리그를 실시했다. 승강제도 이미 이루어지는 등 리그 전체가 안정돼 있다. 하부 조직이 튼튼하게 갖춰있는 상태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보자.
내셔널리그에 있는 15팀 가운데 몇 팀이나 승강제 준비가 되어 있는가. 프리미어리그를 창설할 경우 안정된 K리그(가칭)가 존재해야만 승강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승강제를 위한 프리미어리그 창설은 리그 전체를 망가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 하다.
승강제를 제대로 시행하고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경쟁 속에서 승강제가 실시돼야 한다. 또 하부리그로 강등되는 팀들이 해체를 선언하지 않을 정도로의 환경을 갖춰 놓는 게 먼저다. 그런 뒤 프리미어리그 창설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승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승강제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선언하니 협회와 연맹이 급하게 승강제를 도입하겠다고 일을 서두르는 것이 문제다.
현 상황에서 업다운 제도를 먼저 실시하고 하부리그에서도 팀을 해체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반드시 과도기를 거쳐야만 승강제와 프리미어리그 창설이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