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 선 그는 항상 무표정했다. 삼진을 잡을 때도, 홈런을 맞을 때도 그의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마치 어떤 상황에서도 마을을 지키는 장승처럼…. 팬들은 씩씩하게 우뚝 솟은 그 모습을 보고, ‘황장군’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하지만 2010년은 황두성(35·사진)에게 시련의 계절이었다. 어깨통증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전남 강진에 머물러야 했다.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탓에, 연봉도 1억5000만원에서 1억으로 깎였다. 그는 “1군 경기를 TV로만 지켜보니 마음이 아프더라. 승패가 엇갈리는 긴장감과 팬들의 환호성이 그리웠다”고 했다. 시즌이 끝났지만 편안히 여흥을 즐길 상황이 아니었다. 12월 중순, 자비를 들여 따뜻한 태국으로 떠났다. 1월에는 팀 동료 박준수(33)가 머물던 사이판으로까지 날아가 공을 잡았다. “이제 공을 못 던질 정도의 통증은 아니거든요. 스프링캠프 때부터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니까 몸을 좀 빨리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예전과 같은 입지는 아니잖아요.”
넥센 김시진 감독은 “선발 후보가 8명이다. 황두성도 선발 쪽으로 생각 중이다.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어느 덧 30대 중반이 된 ‘황장군’은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도 겨뤄야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초심”이라는 말을 꺼냈다. 10년 전,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할 때의 그 마음을 새기고 있었다. “다쳐보니 아픈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그만큼 성숙해지는 것이고…. 무(無)에서 시작한다는 기분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메마른 겨울을 통해 새싹이 움트는 봄이 예비 된다. 이제 막 용틀임을 시작한 황장군의 겨울도 시작됐다. 넥센 선수단은 13일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