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리베로인 삼성화재 여오현(사진)도 바뀐 공인구 적응에 애가 탄다. 그는 “서브 리시브 때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고 컨트롤도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브와 리시브. 모든 감독이 강조하는 배구의 기본이다. 강한 서브가 상대 진영을 헤집는 창이라면 안정된 리시브는 정교한 세트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패다.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배구는 공인구를 바꿨다. 이전 공은 국제배구연맹(FIVB) 공인구인 미카사 제품보다 반발력이 떨어져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서 적응하기 어려웠다. 바뀐 공은 반발력을 높였고, 패널을 18개에서 10개로 줄이면서 원형에 더욱 가깝게 했다. 표면에 골프공처럼 딤플을 만들어 공기 저항을 줄였다. 빠르고 탄성이 좋아 어디로 튈지 모른다. 전문가들은 ‘배구의 자불라니’라며 바뀐 공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예상대로였다. 서브는 강해졌고 리시브는 어려워졌다. 2라운드를 마친 14일 현재 남자부의 서브 득점(이하 세트 평균)은 지난 시즌 0.69개에서 0.82개로 0.13개 늘었다. 반면 리시브는 12.18개에서 10.31개로 1.87개 줄었다.
여자부는 변화가 더 크다. 서브 득점은 세트당 0.57개 늘었고, 리시브는 1.94개 감소했다. 리시브의 경우 남자가 세트 평균 11개, 여자가 7개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대표 리베로인 삼성화재 여오현은 “서브 리시브 때 공의 방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미카사 공보다 컨트롤도 어렵다. 2라운드를 마쳤지만 적응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비의 달인’이 이럴 정도니 다른 선수들은 오죽할까.
서브 득점과 리시브는 팀 성적과 직결됐다. 남자부 선두 대한항공의 서브 득점은 지난 시즌보다 0.42개나 늘었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지만 세트 평균 서브 득점 1.19개는 남자부 역대 최고다. 삼성화재의 부진 이유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시즌 12.87개로 리그 최고 수준이었던 삼성화재의 리시브는 2.92개나 줄어 9.95개(6위)에 불과하다. 특이한 점은 남자부 2위 현대캐피탈이 남녀 통틀어 유일하게 서브 득점이 줄었다는 것. 이에 대해 문용관 KBS 해설위원은 “다른 팀에 비해 스파이크 서브를 하는 선수가 적은 탓이다. 그러나 높이(블로킹)와 강력한 공격력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꼴찌 도로공사는 역대 어느 팀도 넘보지 못했던 세트당 2개라는 서브 득점을 앞세워 2위에 올라 있다. 현대건설은 1.86개(2위)의 서브 득점과 7.29개(1위)의 리시브를 앞세워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반면 전통의 강호였던 GS칼텍스는 서브 득점(0.96개)과 리시브(6.57개) 모두 최하위를 기록하며 꼴찌로 처졌다.
서브가 강한 팀은 더 유리해지고, 리시브가 약한 팀은 더 불리해졌다. 바뀐 공이 순위 싸움 판도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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