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은 사이비 한국어 선생님?

  • 동아닷컴
  • 입력 2011년 1월 18일 07시 00분


한글 공부 열망 큰 전태풍
‘꼬붕’ 가르침에 티격태격

하승진, 전태풍(왼쪽부터)
하승진, 전태풍(왼쪽부터)
2009년 7월이었다. 하승진(221cm)에게 “전태풍(180cm· KCC)에 대한 느낌을 말해달라”고 하자, “한국사람 같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미국생활경험이 있는 하승진은 “보통 미국인들이 더치페이에 익숙한데 반해, 전지훈련 때 보니 전태풍이 간식거리도 잘 ‘쏘더라’”며 웃었다.

1년 6개월이 지난 전태풍은 한국색이 더 짙어졌다. 한국땅을 밟은 직후에는 하승진과 종종 영어로 얘기했지만 이제는 한국어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여전히 ‘공부’에 대한 열망이 크다. 주변에서 “한국말을 잘 한다”고 해도 그는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방송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내 생각을 잘 전하지 못한 것 같다”며 귀여운(?) 자책을 하기도 한다.

14일 잠실 삼성전을 마친 전태풍은 “최근에 단어 한 개를 더 배웠다”고 했다. 바로 ‘꼬붕’이라는 말이다. “누구에게 배웠냐”고 묻자 그는 옆에 있던 하승진을 가리켰다. 나이는 전태풍이 다섯 살 위지만 한국어교육만 놓고 보면 둘은 사제지간. 하승진이 전태풍에게 “내 꼬붕”이라며 웃자 전태풍 역시 “하승진이 내 꼬붕”이라고 맞받아쳤다.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니 전태풍은 그 의미를 너무 잘 아는 듯 보였다.

그러나 ‘꼬붕’은 한국어가 아니라 ‘부하’를 뜻하는 일본말. 둘은 계속 폭소를 터트렸다. ‘정통’과 ‘사이비’를 넘나들며 전태풍의 한국어 능력은 진화하고 있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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