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리그 득점왕이자 아시안컵에 한국 대표로 출전 중인 유병수(23·인천)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감정 섞인 글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유병수는 17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진짜 할 맛 안 난다. 90분도 아니고 20분 만에 내가 가지고 이룬 모든 것이 다 날아가 버렸네”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14일 호주와의 2차전 때 후반 22분에 교체 투입됐다가 20여 분을 뛰고 경기 종료 직전 윤빛가람(경남)과 다시 교체된 상황을 두고 자신의 신세를 푸념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글이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일이 커졌다. 경기 하루 전에 열리는 대표팀의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내 취재진이 이 글 내용을 조광래 감독에게 전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병수가 다른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어서 끌어내려 했는데 아쉽다”며 “호주전에서 지성이나 청용이가 모두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뛰는데 (병수가) 20여 분이라도 맞춰서 뛰어주길 바랐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자신의 글이 인터넷에서 파장이 커진 사실을 확인한 유병수는 문제의 글을 삭제했다. 그 대신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고 감독님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이 없는데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감독님께는 항명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유병수는 17일 훈련 직전 조 감독을 찾아가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 감독은 “신경 쓰지 말고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며 웃어넘겼다.
불과 몇 시간 동안 벌어진 해프닝이었지만 대표팀 내 주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도하=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어머니 같은 손맛으로 선수들 체력 책임”▼ ■ 축구대표팀 김형채 조리장
카타르 도하에서 아시안컵을 치르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는 선수들보다 먼저 일어나 제일 늦게 잠자리에 드는 스태프가 있다. 선수들의 입맛과 체력 유지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김형채 조리장(40·사진).
○ 5시 기상 오후 9시까지 주방에
그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도 어머니 같은 솜씨로 선수들의 입맛을 책임졌던 베테랑이다. 선수들의 숙소인 도하 메리엇호텔에서 오전 5시면 음식 준비를 위해 일어난다. 점심, 저녁식사까지 챙기다 보면 오후 9시가 돼야 일이 끝난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워낙 바쁜 분이라 얼굴 본 지 오래됐다”고 할 정도다.
김 조리장은 원래 강원 홍천비발디파크 스키장과 골프장에서 10년간 주방을 책임졌다. 4년 전 직장 선배의 권유로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주방을 책임지는 조리장이 됐다. 이유는 축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는 축구 성인 대표팀과 청소년, 여자 대표팀의 해외원정도 함께했다. “해외 원정을 나가 고국이 그리워지는 건 음식 때문”이라는 생각에 선수들의 식단에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 영양-맛 그리고 선수 기호까지 고려
“메뉴를 정할 때는 영양과 맛, 선수들의 기호를 모두 고려합니다. 식재료는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 조달을 해서 한국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맛을 내긴 어려워요. 그래도 선수들이 입맛을 잃지 않도록 최대한 다양한 메뉴를 준비하죠.” 그는 남아공 월드컵 당시 전골을 포함해 국 70가지와 반찬 200가지의 리스트를 준비할 정도였다.
김 조리장은 경기 전과 경기 직후 메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축구는 체력 소모가 많아 경기 후에 몸 상태를 빨리 회복시킬 수 있는 음식이 필수입니다. 경기 이틀 전부터 위장에 자극이 가지 않게 짜고, 맵고,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준비하죠. 경기 후에는 식욕을 돋우는 김치찌개와 면 요리 위주로 식단을 짭니다.”
그는 선수들이 특별히 가리는 것 없이 골고루 잘 먹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했다. “대표 선수들은 자기 몸 관리에 철저해 별로 신경 쓸 건 없어요. 다양하게 차려 놓으면 선수들이 영양을 생각해 알아서 잘 먹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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