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겨냥해 효과를 톡톡히 본 조광래 감독이 이번에는 일본을 향해 한 마디를 했다. 23일(이하 한국시간) 도하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아시안 컵 8강전에서 승리한 뒤 “현역 시절부터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 일본을 한 번도 두려워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4강전 상대로 만나게 된 일본을 두렵게 생각하는 부분이 없느냐”는 외신 기자의 물음에 대한 간단명료한 답변이었다. 물론 “일본이 모든 면에서 발전하고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사령탑의 자신감은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조 감독은 1978년 7월 메르데카 대회 한일전에서 골을 넣어 4-0 대승에 일조했고,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예선에서 일본을 상대로 2골을 몰아쳐 3-1 승리를 이끌었다. 본인이 일본을 상대로 자신을 가질 만도 하다.
한일전은 단순한 전력 외에도 무수히 많은 변수들이 작용한다. 심리적인 부분도 그 중 일부다. 조 감독의 인터뷰 자리에는 일본 취재진도 여럿 있었다. 대부분이 한국보다 이란을 상대하는 게 편하다는 견해였다.
한국이 이란을 꺾고 올라가자 연장전까지 치른 것에 대해 안도하는 한편, 상당히 어렵게 됐다는 부정적 반응이 꽤 많았다. 일본에게 이란은 크게 나쁜 기억을 준 적이 없는 상대다. 프리랜서 스포츠 라이터 가와모토는 “크게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 조 감독이 일본을 얼마나 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은 전통적으로 껄끄러웠다”고 했다. 그만큼 부담이 크다는 의미였다. 일본의 주장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는 23일 훈련을 마친 뒤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보다 한국이 낫다”고 했지만 이란의 거친 디펜스가 싫다는 의미였을 뿐, 한국이 편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동아시아 축구의 최강자를 가릴 진짜대결.
조 감독의 심리전은 또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