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호프클래식 52년 역사상 최초 신인 챔피언 등극 ‘골프 난민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5일 03시 00분


베네수엘라 대통령 골프탄압 피해 美유학 베가스

베네수엘라 출신의 첫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프로골퍼로서 우승까지 한 조나탄 베가스(27)는 아버지 카를로스 베가스 씨(55)와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24일 캘리포니아 주 팜스프링스 인근 파머 코스에서 끝난 밥호프클래식 최종 5라운드. 2부 투어를 거쳐 올해 PGA투어에 데뷔한 베가스는 33언더파로 다른 2명과 공동 선두가 된 뒤 2차 연장 끝에 우승했다. 전날 아버지에게 퍼터 그립을 부드럽게 잡아보라는 조언을 들었던 그는 90만 달러의 우승 상금이 걸린 4m 파 퍼트를 성공시켜 대학 농구선수 출신 게리 우들랜드(미국)를 제쳤다.

52년 대회 역사상 최초의 신인 챔피언이 되며 마스터스 출전권까지 확보한 베가스는 “베네수엘라에서 골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붐을 이루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88cm, 105kg의 거구인 베가스는 이번 대회 드라이버를 평균 309야드나 보내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 75%, 그린 적중률 78%, 평균 퍼트 수 27.4개 등 파워와 정교함을 겸비했다.

베네수엘라 마투린에서 태어난 베가스는 정유공장의 급식업체에서 일하며 부설 9홀 골프장 관리까지 맡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두 살 때부터 빗자루와 플라스틱 막대로 골프 스윙을 따라했다. 골프 유망주로 성장하다 시련이 찾아왔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골프를 ‘부자들의 스포츠’로 규정해 탄압에 나선 것. 골프장이 공공주택시설로 바뀌며 최근 7년 동안 6개가 사라졌다.

베가스의 아버지는 2002년 18세였던 아들을 미국 휴스턴으로 떠나보냈다. 짐이라고는 골프백과 옷 몇 벌이 전부였다. 아는 영어 단어라고는 10개 정도. 필드에서 땀을 흘리며 토플과 SAT 공부까지 병행한 끝에 텍사스대에 입학했다. 밤늦게까지 도서관에 남아 공부한 끝에 2008년 스포츠역학 학위를 받은 뒤 그해 프로로 전향했다.

베가스의 아버지는 “우리 가족은 특권층이 아니었다. 성실한 노력의 결과였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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