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조광래 어록으로 본 한국축구의 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7일 03시 00분


저지하라 - 상대진영부터 압박수비… 즐겨라 - 재미있게 경기 지배
이해하라 - 패스로 새로운 공간 창출… 뭉쳐라 - 욕심 버리고 팀플레이

조광래 감독
조광래 감독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은 다시 결승 문턱에서 멈췄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조광래호가 보여준 축구는 신선했고 색깔도 분명했다. 역대 어느 대표팀보다 젊은 공격수들을 대거 기용했고, 빨랐으며, 창의적이었고 열정도 넘쳤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키워드로 뽑아 이번 대회 한국 축구의 달라진 모습을 살펴봤다.

○ 포어체크(forecheck)

상대 수비 지역부터 공격을 저지한다는 아이스하키 용어인데, 조 감독의 전술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전방에 있는 중앙 미드필더, 나아가 공격진까지 상대가 공을 잡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 최전방 공격수인 지동원(전남)이 일본과의 4강전에서 후반 21분 홍정호(제주)와 교체될 때까지 66분간 8.256km를 뛸 정도로 활동량이 많았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축구에 대한 이해력

조 감독이 강조하는 세밀한 패싱 플레이를 위해선 끊임없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며 패스를 이어가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뛰어난 이해력은 필수. 조광래호 출범 초기 누리꾼들은 조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를 만화 속에서나 가능하다는 뜻으로 ‘만화 축구’로 불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이전 한국 축구에서 보기 힘들었던 멋진 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기성용(셀틱)은 “처음엔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하나하나 해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게임을 지배하는 즐거움

이란과의 8강전을 마친 뒤 조 감독은 “이제 우리 선수들이 경기를 이기는 것보다 게임을 지배하고 즐기면서 재미있어 한다. 그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의 가장 높은 단계다. 여기서 중요 포인트는 ‘즐거움’이 아니라 ‘지배하는 즐거움’이다. 이란과의 8강전 전반을 되돌아보면 정말 경기를 지배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느껴진다. 그런 장면을 연출하는 선수 스스로도 어찌 즐겁지 않을까.

○ 합심

조 감독은 “우리 팀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다른 어떤 팀보다 23명이 합심하는 부분이 강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합심은 곧 팀플레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구자철(제주), 지동원이 한국 팀의 주 득점 요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들의 활약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찬스를 만들어주는 플레이 덕분에 가능했다. 구자철은 “한국 선수들은 개인적인 욕심을 갖고 경기에 나가지 않는다. 팀이 우선이다. (박)지성이 형의 모습에서 굉장히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도하=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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