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포인트]7000만원에 운 이대호, 7억원에 웃은 와쿠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9일 03시 00분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프로야구 타격 7관왕인 이대호(29·롯데)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금액은 7000만 원이었다. 7억 원을 요구한 이대호에게 맞서 롯데 구단은 6억3000만 원을 고집했고 결국 연봉조정까지 갔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연봉조정위원회는 20일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대호는 “앞으로는 누구도 연봉 조정 신청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후배 선수들은 구단에서 주는 대로만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2001년 이후 10년 만에 연봉 조정을 신청한 선수가 등장한 일본 프로야구에선 선수의 손을 들어줘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세이부 에이스 와쿠이 히데아키(25)가 그 주인공이다. 와쿠이는 지난해 팀 내 최다인 14승(8패)을 올렸다. 그런데 구단은 지난해 연봉과 똑같은 2억 엔을 제시했다. 서너 차례의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와쿠이는 연봉조정을 신청했다. 28일 연봉조정위원회는 조정금액으로 2억5300만 엔(약 34억1000만 원)을 확정했다. 와쿠이로서는 구단의 최초 제시액보다 5300만 엔(약 7억1400만 원)이나 더 받게 된 것이다.

와쿠이와 이대호의 연봉 조정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 이대호의 경우엔 양측이 제시한 금액 가운데 한쪽 손만 들어줬다. 한쪽은 웃지만 다른 쪽은 울게 되는 구조다. 반면 와쿠이와 세이부 구단은 금액란이 비어 있는 계약서를 연봉조정위원회에 제출했다. 위원회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액수를 결정해 양측에 통보했다.

또 이대호는 자신의 의사를 위원회에 직접 밝힐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와쿠이는 21일 의견 청취를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90분간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와쿠이는 5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둔 자신의 실적을 중심으로 위원들에게 자신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위원회 구성에서도 일본은 변호사 2명에 호리우치 쓰네오 전 요미우리 감독 등 3명이 나섰다. 한국은 이상일 KBO 사무총장을 비롯해 KBO 총재가 지명한 5명의 인사로 위원회가 구성됐다. 결국 연봉 조정이 끝난 뒤 이대호는 7000만 원 때문에 울었고, 와쿠이는 7억 원 이상을 더 받는 승리의 V자를 그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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