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농구 은퇴 스타들 줄복귀… 왜? 성과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9일 03시 00분


‘전설’들의 귀환, 팬과 감독은 환영하지만…

누구나 은퇴한다. 스타였든 무명 선수였든 예외는 없다. 그러나 잘나가던 선수들은 은퇴했다 돌아오곤 한다. 지난 시즌부터 프로배구는 복귀 선수가 줄을 잇는다. 여자프로농구에서도 은퇴 후 코트에 복귀한 선수가 종종 있다(표 참조). 그들은 왜 돌아왔을까, 돌아온 뒤에도 예전처럼 이름을 날렸을까.

○ 추락한 팀 성적… 구단에서 ‘SOS’

현역 선수 가운데 ‘돌아온 스타’의 원조는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전주원(39)이다. 1991년 현대산업개발에 입단해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떨쳤던 그는 2004년 출산 뒤 은퇴를 선언했다. 그해 6월 신한은행이 현대산업개발팀을 인수한 뒤에도 그는 계속 코치로 벤치를 지켰다. 신한은행은 2005년 겨울리그에서 꼴찌에 그치자 그를 복귀시켰다. 신한은행은 그해 여름리그에서 3위로 뛰어 올랐고 전주원은 단박에 어시스트왕을 차지했다.

농구 이창수(모비스·42)를 빼곤 4대 프로 스포츠 현역 최고령 선수가 된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장윤희(41)의 복귀는 더 극적이다. 1988년 성인무대 데뷔 후 2001년까지 14년 동안 공격종합 1위를 지키며 ‘여자 배구의 전설’로 통했던 그는 2002년 은퇴 후 9년 만에 선수로 나섰다. GS칼텍스 조혜정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유심히 봐왔다”고 했지만 팀 성적이 최하위가 아니었다면 쉽게 내놓을 수 없는 카드다.

○ 베테랑 복귀는 얇은 선수 층 방증

배구나 여자프로농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수 층이 두꺼운 야구는 은퇴 후 복귀가 쉽지 않다. 당대를 주름잡았던 선수라도 은퇴 시기를 조금 늦추기 위해 플레잉 코치를 거친 뒤 지도자 수업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2006시즌을 마치고 은퇴했다 2008년 복귀한 포수 김정민(41·현 LG 코치) 같은 사례가 있지만 주전은 아니었다.

프로배구는 지난 시즌 KEPCO45 방신봉(36), 인삼공사 장소연(37)에 이어 올 시즌 장윤희, 대한항공 이영택(34), LIG손해보험 방지섭(37)이 코트로 돌아왔다. 28일 현재 방신봉과 장소연은 각각 남녀부 블로킹 1, 2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보다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영택과 방지섭도 원숙한 기량을 앞세워 주전급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소속 팀 감독들은 “기량도 좋지만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준다”며 반긴다. 부진한 삼성화재가 은퇴를 준비했던 손재홍을 다시 투입한 것도 흔들리는 팀을 잡아줄 고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을 지낸 한 배구 관계자는 “은퇴 선수들이 줄줄이 돌아온다는 것 자체가 선수 층이 얇은 국내 배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장 전력에는 보탬이 되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젊은 선수를 키워야 배구가 산다”고 말했다.

돌아온 스타는 ‘양날의 칼’이다. 그래도 확실한 것 하나. 올 시즌 배구는 볼거리가 늘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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