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출신 두 선수 한국야구 정착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9일 03시 00분


비웠더니 채워지더라

두산 김선우와 KIA 서재응. 34세 동갑내기 투수인 둘은 공통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대학 재학 중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고려대를 다니던 김선우는 보스턴에, 인하대를 다니던 서재응은 뉴욕 메츠에 입단했다. 대표팀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던 둘은 ‘절친’이 됐다. 시즌이 끝나면 김선우의 플로리다 집에 모여 골프를 쳤다.

이들은 2008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해외파 특별 지명에 따라 김선우는 두산, 서재응은 KIA 유니폼을 입었다. 처음 2년간 메이저리거다운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 지난해 국내 복귀 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것도 닮았다. 김선우는 13승 6패 평균자책 4.02로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고, 서재응도 9승 7패 평균자책 3.34로 이름값을 했다.

지난해 둘은 야구 인생에서 커다란 변화를 꾀하면서 한국 프로야구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김선우의 변신에는 지난해 초 허벅지 부상이 전화위복이 됐다. 그는 상체 위주의 피칭을 한다. 힘으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이다. 김선우는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강하게 몰아붙여 이겨야 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다른 투수들보다 내가 더 빨리 던지려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나 허벅지를 다친 뒤 그는 시속 150km가 넘는 포심 패스트볼보다 스피드는 좀 줄어도 타자 눈앞에서 살짝 변하는 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썼다. 떨어진 힘을 보완하기 위해 완급 조절에도 신경을 썼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김선우는 “새롭게 야구에 눈을 뜬 느낌이었다. 강약 조절을 익히면서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보다 훨씬 좋은 투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 체인지업을 가장 잘 던진다는 평가를 들었던 서재응은 과감히 체인지업을 버렸다. 직구 구위가 떨어지다 보니 체인지업의 위력도 덩달아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는 “젊었을 때와는 달리 맞춰 잡는 투수로 변해야 살아남는다고 느꼈다. 팔의 각도를 예전보다 낮춰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그게 제대로 먹혔다”고 말했다.

올해 우승을 노리는 두산과 KIA의 처지에서 김선우와 서재응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김선우는 “다른 건 몰라도 올해는 꼭 3점대 평균자책이 목표다. ‘하고 싶다’가 아니라 ‘꼭 해낸다’는 각오다. 우리 팀은 야수가 워낙 좋기 때문에 투수들만 받쳐주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서재응도 “2009년 팀이 우승할 때 나는 한 게 없었다. 지난해엔 개인 성적은 좋았지만 팀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는 15승 이상을 거둬 팀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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