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살림에 도둑까지 든 격이다. 한화 4번 타자 최진행(26·사진)이 고질적인 허리 통증 때문에 엿새 째 정상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중도 귀국을 고민해야 할 정도다.
최진행은 30일(한국시간) 전지훈련지인 하와이 센트럴 오아후 리저널 파크에 모습을 보였지만 1시간 가량 간단한 체조와 산책으로 몸을 풀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다리 근육통까지 생겨 러닝이나 캐치볼도 하지 못했다. 트레이너들도 훈련을 재개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진행은 25일 훈련 도중 허리에 통증을 느낀 후 계속 숙소에 머물렀다. 인근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구단 내부에서는 “차라리 한국에 돌아 가서 지정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다음달 중순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재합류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최진행은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훈련은 제대로 할 수 없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최진행은 그동안 여러 차례 허리 통증에 발목을 잡혔다. 고교 시절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지난해 전지훈련 이후 1년 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지난해 막바지에도 허리 통증이 올라와 몇 차례 결장했고, 시즌 직후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했다가 역시 같은 이유로 일정을 절반 정도 남기고 귀국했다. 한 감독은 “원래 자주 아팠던 부위인데다 그다지 심각한 상황은 아니어서 좀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악재다. 지난해 홈런 32개를 치고 92타점을 올린 최진행은 올 시즌 한화 타선의 구심점이나 다름없다. 김태완이 군에 입대하고 이범호 영입에 실패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검증된 중심 타자다.
한 감독은 지난해 유일한 3할 타자였던 정원석은 물론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오재필과 신인 김용호까지 중심 타선 후보로 올려놓고 있다. “최진행이 시즌 중에 아팠으면 어쩔 뻔 했느냐”고 애써 가슴을 쓸어내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장종훈 타격 코치도 “빨리 나아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장 속상한 건 역시 당사자다. 최진행은 “의욕적으로 훈련하다 통증이 찾아왔다. 하루 빨리 벗어나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고 싶다”고 안타까워했다.호놀룰루(미 하와이주)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