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2차 시기 출발선에 선 이강석(26·의정부시청·사진)의 머리는 터질 것 같았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500m에서 1차 시기의 부진과 얼음 고르는 기계의 고장으로 출발 시간이 늦어지면서 컨디션이 무너졌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이강석은 지난 1년 동안 이 순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1차 시기에서 1위에 0.27초 뒤진 3위에 머물렀던 이강석은 2차 시기에 혼신의 역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뒤 3일 대표팀 숙소에서 만난 이강석은 아직도 아쉬움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500m는 심리게임입니다. 1차 시기에서 1위에 0.27초 뒤졌는데 합계에서 2위까지 끌어올린 건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대회에 세계랭킹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나왔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은메달을 놓고 부진하다고 해서 서운했어요.”
이강석의 답답한 마음에는 이유가 있다. 밴쿠버 올림픽 전까지만 해도 한국 남자 단거리는 이강석이 독보적이었다.
그는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1992년 김윤만 이후 14년 만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 메달을 안겼다.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에선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밴쿠버 올림픽에서 후배인 모태범에게 밀리며 시련의 세월을 보냈다.
이강석은 “밴쿠버에서 한 번의 실패로 지난 성과들이 묻혀버려 아쉽다”며 “하지만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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