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으면 3등 정도는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야! 1등이다. 인생을 걸어’라고 외쳤어요. 매번 빈손으로 귀국했는데 이번엔 금메달을 들고 귀국하는 게 꿈만 같아요.”
2일 크로스컨트리 여자 10km 프리스타일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이채원(30·하이원·사진)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10년 넘게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간판으로 활약했지만 국제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한 채 은퇴를 고민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채원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첫날 스프린트에서 4위에 머문 뒤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후배들에게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체육대회에서 통산 최다인 4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겨울아시아경기와 올림픽 등에선 세계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다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이번 대회에서 꿈을 이뤘다. “남편이 경기 전날 스키장이 물바다가 된 꿈을 꿨다고 했는데 그게 금메달 예지몽이었나 봐요. 소속팀 하이원에서 작년 여름에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보내 준 것이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의 발판이 됐어요.”
크로스컨트리는 스키 종목 가운데 신체적으로 가장 힘든 종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채원은 나이 서른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몸이 예전과 같지 않아 좌절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 금메달을 땄으니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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