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권 부여, 즉 사실상 창단 확정이라는 큰 산은 하나 넘었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할 또 다른 산이 있다. 어쩌면 더 높고 경사가 가파를지 모른다.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실행위원회(단장모임)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일 사무총장이 9일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한숨을 지은 것도 그래서다.
○선수수급, 예상 밖으로 거센 각 구단 반응
당초 KBO는 하루 전 이사회에서 새 구단 창단 확정이라는 큰 틀 뿐만 아니라 9구단 탄생시 선수 수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논의해 한꺼번에 결론 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선수수급 문제 등 실무적 내용은 단장회의에서 얘기하자’는 각 구단 사장들의 여론을 감안, 이 안건은 꺼내지 조차 않았다. 대신 선수수급 계획안(가안)을 문건으로 전달했다.
문제는 각 구단이 이 가안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 안에는 ‘8개 구단은 보호선수(1차20명·2차25명)를 제외한 2명씩을 신생구단에 내주고, 제9구단은 구단별로 15억의 보상금을 지불한다. 상위 1∼4위 팀은 2명 외에 추가로 1명을 더 제9구단에 내주고, 5억원의 보상금을 받는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또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신생구단을 대폭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구단 단장은 “총만 들지 않았지, 강도나 다름없다”며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2000년 SK가 창단할 때 선수 1인당 보상금액이 10억원이었다”며 ‘2명 15억원’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상위권 팀의 한 단장은 “1위팀 20명에서 빠진 선수와 꼴찌팀 20명에서 빠진 선수가 어떻게 똑같을 수 있느냐”면서 “상위권 팀에서 한명씩 더 빼간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KBO,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해 달라
선수 수급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것으로 각 구단으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10구단 창단시를 떠올리면 더 그렇다. 언제 줄지, 어떻게 줄지 단장회의에서 쉽게 결론짓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선수 수급 문제 말고도 풀어야할 숙제는 많다는 점. 예를 들어 엔씨소프트에게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리는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자격을 줄지, 아닐지 여부도 결정해야한다. KBO는 신생구단의 선수확보 여부와 10구단 창단 추진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9구단의 1군 합류 시기를 ‘늦어도 2014년’으로 보고 있는데, 2013년이 될지 아니면 2014년이 될지도 곧 결론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총장은 각 구단에 넘겨준 선수수급안은 그야말로 가안에 불과하다면서 “총론(9구단 창단)에서 합의를 도출했는데 각론(선수 수급 등)에서 불협화음이 빚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KBO는 신생구단의 1군 합류시, 승률 3할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구단의 협조가 필수적이다”는 그는 “만약 신생구단이 턱없는 성적을 거둘 경우 경기의 질 하락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음도 고려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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