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베이스볼] “꼬리 문 화장실…야구장선 물 못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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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0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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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팬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것들”

엔씨소프트와 함께 9구단 창단의 우선협상권을 가진 창원시는 3000억 원을 투자해 새 구장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IT기술을 십분 활용해 구장을 찾는 야구팬들에게 최첨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1000억 원(정부지원 300억+광주시 400억 원+KIA구단 300억)을 투자해 축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무등종합경기장을 허물고 새 구장을 세운다. 대구시도 최근 최대수용인원 3만 명 규모의 개방형 야구장을 대공원역 부지에 신축한다.

이처럼 지자체와 구단이 힘을 합쳐 구장신축에 앞장서는 것은 프로야구가 제2의 중흥기를 맞아 최신식 구장에 더 많은 야구팬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붕괴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는 낡은 구장 탓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던 야구팬들이 쾌재를 부르는 것은 당연지사. 야구장을 제 집 드나들 듯 찾는 미스베이스볼 팬들 역시 새로이 단장하는 야구장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물었다. 그녀들이 말하는 ‘야구장, 이게 불편해요!’. 여성 팬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각 구장의 실태는 어떨까?

최근 지은 문학 화장실 조차 불쾌한 냄새

○화장실 좀 늘려주세요


한화팬 구율화: 전 야구장에서 물을 안 마셔요. 야구장에서 마시는 맥주가 그렇게 맛있다고들 하는데 마셔본 적이 없네요. 화장실 때문이에요. 일단 여자 화장실의 숫자가 적어서 한번 가려면 한참 걸리기도 하고요. 좌석 간격이 너무 좁기 때문에 화장실 한 번 가자고 다른 관중들 다리를 오므리게 하는 게 미안해서 그냥 꾹 참아요. 입장료 가격이 조금 인상되더라도 좌석과 좌석 사이도 좀 넓게 만들고 화장실도 늘렸으면 좋겠어요.

KIA팬 김은경: 야구장 시설에 대한 불만은 다들 비슷하실 것 같아요. 야구장을 다니면서 가장 불편한 건 아무래도 화장실이겠죠. 저는 경기를 조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중간에 화장실을 절대 가지 않지만, 화장실 한 번 가려고 하면 너무 힘들어요. 화장실 칸이 적어 기다리는 시간도 길고. 점점 관람객 수는 늘어나고 있으니까 화장실 수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SK팬 박다해: 솔직히 문학야구장을 이용하면서 크게 불편하거나 불만을 느낀 점이 없어요. 가장 최근에 지어진 구장이고 구단 측에서 계속 개선을 해주시까. 그래도 굳이 꼽는다면 화장실인데요. 새로 생긴 파우더룸은 깨끗하고 쾌적하지만 화장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까닭인지 여전히 지저분하고 냄새가 많이 나요. 세면대가 막혀있을 때도 있고. 가족 단위로 많이 놀러오니까 유아변기가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답니다.

비좁은 의자에 한숨·경사진 계단 아찔

○좌석이 너무 불편해요


KIA팬 김은경: 전 야구장에 가면 좌석이 너무 불편해요. 저희야 팬이니까 야구를 보기 위해 참지만 처음 와 본 사람들은 정말 참기 힘들 것 같아요. 광주구장은 앞뒤 좌석과 좌석 사이가 너무 좁고 깨진 의자들도 많아요. 또 스탠드 계단이 경사져서 그 곳을 마치 곡예처럼 지나다니는 아이들이 보면 불안해요. 요즘은 어린이 팬들도 많이 생겼는데 이런 점은 시급하게 고쳐야할 부분 아닐까요.

롯데팬 박현수: 맞아요. 특히 여성들이 장시간 경기를 관람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딱딱한 의자와 협소한 공간이에요. 사실 여성들은 경기를 관람할 때 가방을 둘 곳도 없어요. 찌는 듯한 여름에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경기를 관람하거나 가방이 더럽혀지는 것도 감수하고 바닥에 둘 때가 많아요. 좀더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좌석을 고쳐주세요.

SK팬 박다해:
휠체어를 타고도 테이블석 내지는 일반석에서 관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있어요. 휠체어 탄 장애인과 보호자는 의자 지정석 뒤쪽 밖에 이용을 못하니까 야구를 가까이 보고 싶어도 못 보신다고요.

LG팬 송주현: 사실 여자들이 야구장에 다닐 때는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주말에는 그나마 운동화에 모자 눌러쓰고 가지만 주중에는 퇴근하고 야구장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정장차림에 구두를 신은 채로 가는 거죠. 그러면 잠실구장에는 금 간 계단이나 바닥 때문에 고생을 해요. 빈틈을 보수한다고 우레탄으로 메워놓았는지 힐이 자꾸 걸리거든요. 옐로지정석쪽 계단은 경사가 너무 높아 구두가 아니라 운동화여도 힘들답니다.

삼성팬 김빛나: 저도 불편한 관중석을 거론하고 싶어요. 작은 구장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려다 보니 관중석간에 앞뒤 좌우 간격이 너무 좁아요. 저는 여자인데도 앉았을 때 무릎이 앞좌석에 닿아서 사선으로 몸을 틀고 장시간 앉아있어야 하는데 키가 더 큰 남자 분들은 오죽하겠어요. 또 응원을 하려면 팔을 움직이는 일이 많은데 양 옆 관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서로 몸이 부딪혀요. 통로 쪽에 앉지 않으면 화장실 한 번 가는 것도 다른 관중들에게 민폐고요.

가방 맡길 곳은 있어야 편하게 경기 보죠

○사물함이 필요해요


롯데팬 박현수: 전 개인적으로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 또는 물품보관소를 운영해주셨으면 해요.

두산팬 최선경: 다행히 잠실구장에는 코인라커가 있어요. 그런데 수가 부족해요. 그나마 페넌트레이스 평일경기에는 만원이 안 되기 때문에 사물함이 꽉 차도 가방과 응원 용품들을 비어있는 옆자리에 놔둬도 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포스트시즌이에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2차전 때 일인데요. 예상대로 종합운동장 지하철역의 사물함은 물론이고 야구장안에 있는 사물함이 모두 사용 중인 거예요. 전 마침 방과 후에 바로 야구장으로 가서 책가방에, 응원막대에, 응원문구에 짐이 한 가득이었거든요. 그런데 짐들을 놓을 자리가 없어서 의자 밑에다가 가방을 두었어요. 하지만 웬 걸? 연장 10회 초 롯데 이대호 선수의 3점 홈런이 터지고 나서 제 뒤에 계셨던 아저씨가 흥분하셔서 들고 있던 술을 제 가방위로 다 쏟으신 거예요.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귀갓길에 두산 유니폼을 입고 귀가했어요. 지하철 안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 책에서 소주냄새가 한동안 풍겨서 공부할 때마다 어질어질했던 아픈 추억이 있어요.

기념품 보다 여성팬 참여 이벤트 강추!

○다양한 마케팅 마련해주세요


한화팬 구율화: 구단의 마케팅에 관해서도 불만이 하나 있어요. 최근 각 구단마다 마케팅에 힘을 기울이는 건 알지만 그 대상이 지나치게 20∼30대에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심어주고 장년, 노년층에는 추억을 주는 마케팅에도 힘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SK팬 박다해: 음…. 마케팅 측면에서는 SK에 꽤 만족하는 편이에요. 아시다시피 2007년 이후로 스포테인먼트를 주창하기 시작한 이래로 정말 팬들을 위해 이것저것 많이 노력해왔잖아요.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하는 점이 만족스럽고요. 선수들 사인회도 비교적 자주 있는 편이고 식전 행사에 팬들도 활발히 참여할 수 있어 그라운드에 내려가는 기회도 많고요. 이 외에 토요일마다 불꽃놀이도 있고, 구단 자체적으로 보이는 라디오로 편파중계도 하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도 굉장히 내용도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서 좋아요.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정석 카드할인이라든지 입장권 관련해서 조금 더 많은 혜택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에요.

두산팬 최선경: ‘미스베이스볼’이니까 저는 두산의 마케팅 일환인 ‘퀸즈데이’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여성 팬들은 입장권도 할인해줄 뿐더러 포스를 풍기는 ‘두목곰’ 김동주 선수마저도 이날 만큼은 ‘귀여운 핑크곰’으로 변신해요.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은 좀더 여성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두산 댄스녀’로 유명세를 타신 그 분이 일일치어리더를 한 것처럼 기념품을 나눠주는 걸로 그치는 게 아닌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마케팅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넥센팬 황선하: 넥센은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많이 받아요.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려면 팬도 많아야 하고, 넉넉한 프런트 인력도 있어야 하는데 둘 다 부족하니까요. 마케팅에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자금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런 기회비용을 할애하려면 기대 효과가 충분해야 하잖아요. 마케팅의 기대효과라고 하면 광고 효과, 구단 혹은 모기업의 브랜드 가치 상승, 실질적인 수익 등이 있는데 우리 구단에게 절실한 건 마지막 항목 밖에 없으니까요.

우천취소 속상해…배수시설 꼭 신경을…

○새 구장은 이랬으면 좋겠어요

넥센팬 황선화:
최근 창원시도 그렇고 새로 구장을 짓는 곳이 많아서 하는 말인데요. 목동구장은 접근성이 떨어져요. 오목교역에서 직통버스가 없어서 10∼15분을 도보로 걸어가야 하거든요. 8월 한 여름 찜통더위에서 구장 한 번 갈 때마다 기절할 것 같죠. 부대시설도 확충해주셨으면 해요. 사실 야구장에서 경기만 보는 건 아니잖아요.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맛있는 것도 먹고, 수다도 떨고, 응원도 하고. 그런데 목동에서는 야구경기 말고는 즐길 게 없다는 점이 좀 아쉬워요.

롯데팬 박현수:
새 구장을 지을 때 관중들의 시야를 고려해줬으면 좋겠어요. 지금 있는 구장에는 경기를 보고 싶어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어요. 시야장애가 있는 곳에서 경기를 본 적이 있는데 내내 답답하더라고요. 새 구장은 설계를 할 때부터 어느 곳에서 봐도 불편한 점 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잘 지어주셨으면 해요.

삼성팬 김빛나: 배수시설도 신경써주세요. 대구에 비가 잘 안 오긴 하지만 오면 유난히 우천취소가 많이 돼요. 구장 배수시설이 좋지 않아서 비가 오면 경기장에 물이 그대로 고이기 때문이죠. 비가 어느 정도 그쳐도 경기를 재개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요. 서울에서 2∼3시간 걸려 대구로 이동해서 원정경기를 보는 건데 열악한 시설이야 감수한다 해도 배수문제로 허무하게 다시 서울에 올라 왔을 때 정말 속상했어요.정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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