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에서 어떤 지시를 내리면 이를 명확히 전달하고, 직접 수행해야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스포츠도 마찬가지. 감독과 주장의 역할이 특히 그렇다. 감독이 지휘관이라면 주장은 필드에서 동료들을 직접 통솔하는 현장 지휘자다. 좋은 성과, 목표한 바를 성취하려면 벤치와 캡틴이 찰떡궁합을 이뤄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 축구는 큰 복을 받았다.
본격 중흥기를 맞은 2000년대를 기점으로 축구 대표팀은 벤치와 그라운드가 환상의 하모니를 이뤘다. 중요한 순간, 특히 월드컵 때마다 최고의 사령탑, 최고의 주장이 탄생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영원한 캡틴’ 홍명보는 완벽한 조화로 4강 신화를 함께 일궈냈다. 4년 뒤 독일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 비록 조별리그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토고를 꺾고 원정 첫 승리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주장 이운재의 역할이 컸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위업을 일군 허정무호도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키워드가 카리스마였다면 ‘부드러운 리더십’ ‘소통과 대화’를 내세운 허정무 감독과 박지성은 내내 매끄러운 흐름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리고 2011년. 카타르 아시안 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 박지성의 후임자로 조광래 감독은 26세 박주영을 낙점했다. 조 감독은 “3년 뒤 브라질월드컵을 내다본 포석”이라고 했다. 박지성이 원정 16강을 이끌었을 때 나이가 29세였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조 감독의 선택은 결코 나쁘지 않다. 완벽히 탈바꿈한 한국 축구, 조광래호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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