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갈고닦았다… 실력으로 말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이정수, 쇼트트랙 짬짜미 파문 징계 6개월 만에 빙판 복귀

수척해졌지만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지난해는 이정수(21·단국대·사진)에게 롤러코스터 같은 해였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해 쇼트트랙 스타가 됐다. 영광은 길지 않았다. 1개월 뒤 ‘짬짜미 파문’이 불거지면서 그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진실이 어떻든 그는 ‘자격정지 6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대표선발전은 물론이고 국내 대회도 나갈 수가 없었다.

10일 경기 고양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쇼트트랙을 막 시작할 때의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운을 뗐다. 집이 서울이던 그는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기 위해 아이스링크가 있는 고양으로 집을 옮겼다. 그는 15일 겨울체전에서 국내복귀 경기를 갖는다. 그간 어떻게 지냈느냐고 묻자 그는 “운동만 했다. 억울한 것도, 후회도 없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다시 빙판으로 돌아가 운동을 하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짬짜미 파문에 대해 그는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4개월 정도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며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토로했다. 처음에는 동료 선수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대표선발전 방식이 자신 때문에 타임레이스로 바뀐 것에 대해 동료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컸다. 시간이 그를 성숙하게 했던 것일까. 그는 오히려 그 일이 이제는 자신에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이후 광고를 찍고 여기저기 행사에 참석했다면 마음이 풀어져 부상을 당했을 수도 있다. 앞으로의 선수생활에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계기가 돼 오히려 플러스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자신의 이름 앞에 따라다니는 ‘짬짜미 파문’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는 “지금도 할 말이 많지만 운동선수는 실력과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떠올릴 때 짬짜미를 떠올린다면 가슴이 아프지만 그런 이미지를 꼭 바꾸고 싶다. 쉽진 않겠지만…”이라고 말했다. 겨울체전에서 “열심히 뛰겠다”는 그는 “대표선발전에 나서서 꼭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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