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CC의 백전노장 추승균(37)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그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두 글자는 바로 ‘캡틴’. 그는 “팀을 대표하는 주장은 영광이지만 한편으론 엄청난 짐”이라고 했다. 최근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축구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차기 주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졌다. 고심 끝에 조광래 감독이 낙점한 인물은 박주영(26·모나코). 몇 차례 고사한 뒤 주장 완장을 수락한 박주영은 “이젠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사명감을 갖고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캡틴은 자동차 엔진이자 연료
팀워크와 분위기가 성적으로 직결되는 스포츠 세계에서 선수단의 얼굴인 주장의 비중은 매우 크다. 어떤 종목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주장의 어깨가 무거운 곳은 프로야구다.
그 이유는 뭘까. 일단 포지션에 따라 역할이 크게 달라서다. 이병훈 KBSN 해설위원은 “야구 선수단은 자동차나 마찬가지”라며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부품들이 모여 차가 완성된다”고 했다. 그는 “역할이 다른 선수들을 이해하고 다독거리는 건 온전히 주장의 몫”이라며 “주장을 자동차의 엔진이자 연료라고 부르는 건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33경기에 이르는 장기 레이스도 이유로 꼽혔다. 주장을 지냈던 이종범(41·KIA)은 “프로야구는 흐름 싸움이다.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면 시즌을 망친다. 프로야구 주장은 경기마다 너무 들뜨지도 너무 가라앉지도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구단들이 스스로 주장의 비중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희생플라이, 희생번트 등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야구는 팀워크가 특히 강조되는 종목. 프로야구단은 선수단 규모도 거대하다. 이러다 보니 선수들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 필요했고, 그래서 주장이 얼굴 마담 역할까지 하게 됐다는 얘기다. 박노준 우석대 교수는 “구단이 주장에게 공식적으로 판공비를 지급하는 유일한 곳이 프로야구”라며 “구단들이 프랜차이즈 스타를 주장으로 선호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 카리스마? 이젠 시어머니 리더십
시대가 변하면서 프로야구 주장의 역할도 많이 달라졌다. 이순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예전엔 단순히 전달자였다면 이젠 중개자에 가깝다”고 했다. 감독의 지시를 받아 선수들에게 통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감독에게 전달하거나 중간에서 의견 조율까지 할 만큼 역할이 커졌다는 것. 선출 방식도 달라졌다. 감독이 최고참 선수를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선수단 투표로 뽑는 등 선수들 의견이 반영되는 추세다. 그러다 보니 이젠 단순히 나이보다 팀 내 융화력, 성격, 리더십 등이 주장 자리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됐다.
후배들이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카리스마보다 시어머니 역할이 중요해진 것도 달라진 부분. 박노준 교수는 “2000년 선수협의회(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발족된 뒤부터 각 팀 주장은 협의회 이사로 자동 임명된다. 주장의 살림꾼 역할이 더 강조된 이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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