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복귀도 아닌 고작 팀 훈련 합류를 이처럼 반길 정도로 부상은 컸고 상처는 깊었다. 1년 전인 2010년 1월 늦은 밤, 운전 중 깜빡 졸다가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했다. 슬개골 완전 파열.
잠깐의 방심에 인생이 바뀌었다. “그 때 기억은 아직도 가물가물해요. 글쎄요, 그 기억이 생생하다면 제가 지난 1년을 버틸 수 있었을까요.”
그만큼 악몽 같던 순간이었다. 사고는 많은 걸 앗아갔다. 당시 심영성은 자유계약(FA) 신분으로 러시아 등 해외리그를 알아보고 있었다. 어느 리그 어느 팀이든 도전해서 자신의 가치를 당당히 평가받고 싶었지만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그해 8월 또 한 번 시련이 닥쳤다. 폐암으로 고생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목발을 짚은 채로 어머니 임종을 지켜본 그는 불효자 중의 불효자였다.
반 년 사이 두 차례나 찾아온 거센 시련. 그러나 포기할 순 없었다. 수술 후 강원도 평창의 한 재활센터에서 이를 악물고 치료와 훈련을 병행했다. 고독한 싸움이었지만 그라운드를 다시 밟겠다는 희망에 모든 걸 걸었다.
다행히 몸은 많이 회복됐다. 얼마 전부터는 볼도 만질 수 있고 킥 연습도 가능하다. 전력질주나 턴 등 무리한 동작은 아직 금물이지만 3월에 팀 훈련에 합류해도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나는 듯이 기뻤다.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신영록을 영입한 제주도 심영성의 복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심영성과 신영록은 2007년 캐나다 U-20 월드컵에서 부동의 투 톱으로 활약했다.
신영록은 제주 입단 직후 심영성에게 전화를 걸어 “형, 빨리 돌아오라”며 재촉했다. S-S 라인이 가동될 준비를 마쳤다.
심영성은 복귀시기를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일단 전반기 막판이나 후반기 경기에 뛰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섣불리 했다가 더 악화되는 우를 범하지 않을래요. 완벽한 몸일 때 복귀하겠습니다.” 작년 제주 돌풍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고 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팀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뿌듯하면서도 그 안에 자신의 모습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한없이 서글퍼졌다. 지난 1년의 아픔과 설움을 깨끗하게 털어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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