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심 금메달 15개를 기대했죠. 3위에 그쳤지만 스키 등 설상 종목에서 많은 메달을 땄고, 미래 한국 빙상을 책임질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본 게 큰 수확입니다.”
최근 끝난 아스타나-알마티 겨울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은 역대 최다인 금메달 13개를 비롯해 은 12개, 동 12개 등 총 37개의 메달을 땄다. 김종욱 선수단장(55·한국체대 총장·사진)은 1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겨울올림픽을 유치할 수준의 진정한 겨울 종목 선진국이 되려면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아경기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지만 선수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크로스컨트리는 스키에 왁스를 바르는 게 무척 중요하다. 일본 팀에는 왁스만 전문적으로 발라주는 독일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이번엔 크로스컨트리 여자 프리스타일 금메달을 딴 이채원(하이원)의 스키에 왁스를 발라줬다. 평소 기록이 뒤지던 이채원이 일본 선수를 제친 데는 그런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런 세세한 부분을 우리도 준비할 때가 됐다.”
―3관왕 이승훈 등 많은 스타들이 탄생했는데….
“골프 선수 박세리의 성공 이후 ‘박세리 키즈’가 탄생하지 않았나.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이후 빙상장마다 피겨를 하겠다는 아이들이 가득 찬다. 한국 빙상에도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같은 스타가 탄생한 이후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이들을 보고 자란 박도영이 이번 대회 여자 스피드 팀 추월에서 금메달을 땄다.”
―열악한 환경에서 좋은 선수가 나오는 걸 보면 신기할 지경이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이 될 줄 누가 알았나. 삼성전자처럼 우리 선수들에겐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게 있다. 새삼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한국체대 출신들이 이번 대회 한국 메달의 62.2%(23개)나 차지했다.
“한국체대는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뒤처진다. 한국체대에 입학하는 선수들은 김연아나 박태환 같은 특급 선수는 아니지만 소질이 있는 선수이다. 한국체대는 올 때는 2진급일지 몰라도 국가대표급이 돼서 졸업하는 학교다.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 같은 대학은 거의 없다.”
―젊은 선수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승훈이나 모태범, 이상화 등은 이제 국내 지도자가 아니라 국제 지도자가 되어야 할 선수들이다. 이를 위해선 영어 등 어학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 선수생활 후에 세계 기구나 협회에서 일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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