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스스로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프로야구의 수장이 된 지 2년.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에 이어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 금메달, 그리고 프로야구 최다 관중(592만 명)까지. 하지만 “무임승차해 축제를 즐겼을 뿐”이라고 웃어넘겼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 얘기다.
유 총재는 취임 3년째를 맞아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의 물꼬를 텄다. 정보기술(IT) 업체 엔씨소프트와 창원시를 9구단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1990년 쌍방울(현 SK)이 8구단으로 탄생한 지 21년 만이다. 1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5층 집무실에서 만난 유 총재는 “프로야구 출범 30년이 되는 올해는 600만 관중시대를 열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에게 감동받았다”
9구단 창단을 놓고 기존 구단들은 말이 많았다. IT 중견기업인 엔씨소프트가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느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유 총재는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줬다.
유 총재는 김택진 대표에게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어린이를 어두운 게임장으로 몰아넣은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 야구단을 만들어 그들을 야구장으로 유도하겠다”고 했다. 또 9구단 창단 기준에 30대 기업이 포함돼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선 “사재를 털어서라도 100년간 야구단을 운영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 “10구단 창단? 9구단보다 더 쉽다!”
유 총재는 이미 10구단의 밑그림을 그려 놓았다. “인구 100만 명이 넘고 기존의 야구장이 있는 지역 가운데 경기도가 의지를 갖고 있어요. 경기도가 창원시의 70∼80%만 지원해준다면 창단할 기업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야구에 대한 애정이죠.”
유 총재는 10구단 체제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9구단이 1군에 들어오면 전체 경기 수가 줄어든다. 일주일에 두 팀은 3일씩 쉬어야 한다. 팀 수가 홀수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아마추어 야구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재 고졸 선수가 프로야구단에 입단하는 수는 전체의 10%에 불과해요. 프로야구단이 늘면 고교 선수에게 기회가 많아지죠. 프로야구단이 해당 지역 고교 야구를 지원하면 야구 인구도 늘어날 겁니다.”
○ “야구 인프라 지방부터 개선”
유 총재는 인기에 비해 부실한 야구 인프라 개선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광주구장은 올해 공사에 들어가 2014년 완공된다. 대구는 2만5000석 규모의 개방형 구장을 짓기로 했다. 창원시는 마산구장을 리모델링하고 3000억 원을 투자해 새 야구장을 세울 예정이다.
문제는 서울. 한국을 대표하는 잠실야구장은 1982년 지어져 시설물이 노후한 상태다. 유 총재는 “잠실수영장 용지 등에 새 야구장 건설과 관련해 두산 LG 서울시와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그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준비했다. 프로야구 출범 30년을 맞아 서울광장에서 사진전을 열고 야구박물관 건립의 사전 단계로 사이버 박물관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프로야구가 선수에겐 안정된 직장이고 팬에겐 늘 신나는 공간이길 꿈꾼다. 중국 몽골 베트남 등 야구 후진국을 도와 아시아 시리즈를 확대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유 총재는 “다문화가정 등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고 친환경을 지향하는 프로야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일까. “야구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포츠입니다.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고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오죠. 두 팀 간의 두뇌싸움이 그라운드에서 펼쳐집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네댓 시간을 즐기는 건 야구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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