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에서 듣는다] 김시진 “6등이 목표라고?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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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8일 07시 00분


김영민·정회찬·김성태 어깨들 괜찮고
강정호·장영석 등 젊은타자도 상승세
5∼6위 목표라지만 감독 마음이 어디…
계약 마지막해…확실한 희망 보여줄 것

넥센 김시진 감독은 열악한 팀 환경에서도 도약을 꿈꾸며 선수지도에 여념이 없다. 김시진 감독이 17일(한국시간) 김성현의 투구 동작을 교정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재영에게 투구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는 김 감독(오른쪽 사진).
넥센 김시진 감독은 열악한 팀 환경에서도 도약을 꿈꾸며 선수지도에 여념이 없다. 김시진 감독이 17일(한국시간) 김성현의 투구 동작을 교정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재영에게 투구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는 김 감독(오른쪽 사진).
넥센의 스프링캠프는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 있다. 모든 훈련 진행 상황은 순조롭다. 김영민·정회찬 등 새얼굴이 가세해 투수공장의 명성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고, 타선에서도 강정호가 손등 부상에서 벗어나며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구단에서는 “6등만 해도 좋다”고 하지만, 넥센 김시진 감독은 “감독의 욕심은 그럴 수 없다”고 못박았다. 도약을 꿈꾸는 김 감독을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다.

-현대 시절을 경험한 선수들이 가을잔치에 대한 열망이 커 보인다.

“그만큼 노력하고 있는 지 반문해 봐야 한다. 1∼2 계단이라도 올라가려면 그 이상의 목표를 설정해야 가능하다. 투수들 모아놓고 목표치 얘기하라면 120승이 나온다. 하지만 야구는 로또가 아니다. 일단은 후회 없는 한 해를 보내는 것이 목표다.”

-지난 시즌은 어떤 부분을 후회하는가?

“시즌 초반 선발로테이션이 무너졌고, 그러면서 방망이도 주저앉았다. 하지만 젊은 투수들이 빈자리를 메워줬고, 더 잘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치를 보여줬다.”

오재영에게 투구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는 김 감독.
오재영에게 투구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는 김 감독.


-김영민, 정회찬 등 새얼굴들도 눈에 띈다.

“둘 뿐 아니라 김성현도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겼다. 김성태도 페이스가 괜찮다. 하지만 우리 팀에만 희망을 주는 투수들이 많은 것은 아니다. 팀이 도약하려면 치고 올라오는 1∼2명이 있어야 한다. 우리 팀에는 지난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선발은 이닝이터가 돼야 한다. 1년에 140∼150이닝을 채워줘야 한다.”

-손승락의 선발테스트도 같은 맥락의 고민으로 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보니 선발보다는 마무리 고수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다.

“스프링캠프 전에도 얘기했듯, ‘선발전환’이 아니라, ‘선발검토’였다. 보직변경 문제는 내 의지만 갖고 할 수는 없다. 선수가 자신이 있어야하고, 부상 문제가 없어야 한다. 현재 선발후보들은 일일 100개 가까이 던지고 있다. 반면 손승락은 약 30개 정도 던진다. 다소 페이스가 늦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이브를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시즌 개막 전까지는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 것이다. 본인도 세이브 욕심을 낼 수도 있다. 조금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

-나이트, 김영민, 김성현, 금민철, 김성태, 정회찬 등 영건들에 황두성, 김수경까지 선발 후보가 많다. 6인 로테이션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6인 로테이션은 휴식기를 충분히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엔트리 문제 때문에 불펜투수 숫자에서 한 명 손해 볼 수도 있다. 6명이 모두 잘 해서 7이닝 이상을 막아준다면 6인 로테이션이 낫지만, 이상적인 형태는 5인 로테이션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우리 팀은 아직 선발의 경험이 적어서 중간을 두껍게 할 필요가 있다.”

-타격에서는 장타력 부재 해소가 관건인 것 같다. 지난시즌 팀홈런 최하위였다.

“사실 타력은 우리가 가진 능력에 비해 발휘를 못한 측면도 있다. 강정호가 아시안게임금메달로 중압감을 덜었으니 20홈런·80타점 이상을 해주는 대형유격수로 성장해 줄 것을 기대한다. 장영석 같은 젊은 선수들이 우리 바람대로 성장해 준다면 타선의 무게감이 생길 것이다. 약점을 만회할 수 있는 빠른 야구도 준비 중이다.”

-계약 기간의 마지막 해다. 시즌을 맞는 각오도 남다를 것 같다.

“느낌이야 다르다. 올해 못하면 실업자 될 수도 있으니….(웃음) 하지만 내 계약 연장에 선수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 팀의 미래를 망쳤다는 소리는 듣지 않겠다. 선수 없는 감독은 없다.”

-김시진 감독은 온화한 형님리더십을 가졌다는 평이 있는 반면, 냉정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결단을 내릴 때는 나도 결코 타협이 없다. 김영민은 지난 시즌 운동 이외의 일로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됐다. 감독으로서는 10승을 잃은 것이었다. 그 때 나는 김영민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김영민은“인사도 안받으셨다”고 했다.) 무거운 벌금도 부과했다. 개인은 물론 선수단 전체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선수와의 문턱을 낮추기도 하지만, 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한다.”

-이장석 사장은 “감독님께 죄송하다. 감독님은 내가 잘 모셔야 할 분”이라고 하던데….

“나도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다. 감사하다. 나도 구단에 무작정 요구만 할 수는 없다. 무엇인가를 내놓고 요구를 하겠다. 우리가 돈이 없다고 하지만, 프로야구단으로서 못하는 것은 없다. 지금도 미국까지 와서 스프링캠프를 하고 있지 않나.”

-구단의 올 시즌 목표는 5∼6위이고, 2013년에 우승 목표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단이야 장기적인 목표를 잡을 수 있지만, 감독은 그럴 수 없다. 본궤도에 오르는 기간을 줄이는 것이 감독의 임무 아닌가. 나라고 헹가래 받고 싶은 욕심이 왜 없겠나. 2013년을 향한 꿈과 희망을 보이겠다.”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글·사진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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