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웃으며 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게 저에게는 대단한 발전이죠.” 두산 김선우(34)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2008년 국내무대를 밟은 지 3년만의 일이다. 17일 롯데와의 연습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된 후, 일본 미야자키현에 위치한 선수단 숙소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소득이라면 마운드 위에서 여유를 찾았다는 것과 이기는 법을 알게 된 점”이라며 “무엇보다 야구가 즐겁다. 후배들과의 생활 자체도 즐겁고 지금처럼 웃으면서 다닌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큰 발전”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전망 good!
김선우는 투수조의 리더이자 팀의 에이스다. 지난 시즌 13승 6패, 방어율 4.02를 기록하며 히메네스와 함께 원투펀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내용도 좋았다. 기존 힘으로 윽박지르는 스타일에서 완급조절을 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피칭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전망은 지난해보다 더 밝다. 일단 고질적인 무릎통증이 사라졌다. 보강운동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결과다. 아직까지 80개의 공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다음 턴에서 90개에서 100개까지 투구수를 늘릴 예정”이라며 “일단 아픈 곳이 없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캠프 초반에 빨리 몸을 만들려고 페이스를 올리다가 다시 늦췄다. 무리하기보다는 편하게 마음을 먹고 몸을 완벽하게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가 즐거워졌다
윤석환 투수코치는 김선우의 현 상태에 대해 “하체를 이용해 완벽한 밸런스로 투구하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15승에서 최대 20승까지 가능하다”는 농담으로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선우는 “승수는 내가 쌓는 게 아니라 공·수·주 3박자가 잘 맞아야 가능한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지난해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부담보다는 기대가 커졌다”고 눈을 반짝였다.
무엇보다 야구가 재미있어졌다. 비단 좋은 성적 때문은 아니다. 그는 “3년 전만 해도 후배들과의 관계 자체가 어색했다. 선배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벽이 점차 허물어졌다.
올해는 이혜천까지 돌아와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긍정적인 기운은 긍정적인 사고를 낳는 법. 그는 “후배들과 지내는 생활 자체가 즐겁다. 그러다보니 야구하는 것 자체도 즐거워졌다”며 “지난 3년간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목표는 3점대 방어율
김선우의 올해 목표는 부상 없이 한 해를 보내는 것이다. 안 아파야 재미있는 야구를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못박고는 “부상 없이, 집안 문제없이, 재미있게 야구를 하면서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욕심내는 부분은 3점대 방어율뿐이다. 방어율은 승패와 달리 투수가 꾸준하게 잘 던졌다는 객관적인 지표 아닌가. 예전에는 3점대 방어율을‘하고 싶다’라고 말을 했는데 올해는 ‘하겠다’로 바꾸겠다. 내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지 않고 반드시 해내겠다”며 이를 악물었다.사도와라(일본 미야자키현)|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