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문 李 “야구 재미 되찾는 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 오릭스 전훈캠프의 이승엽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전지훈련장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 시민구장 입구에 ‘신한불란(信汗不亂·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이라 쓰여 있는 비석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미야코지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전지훈련장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 시민구장 입구에 ‘신한불란(信汗不亂·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이라 쓰여 있는 비석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미야코지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신한불란(信汗不亂·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의 시민구장 출입구에는 이 같은 문구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1995년 오릭스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고 오기 아키라 감독이 남긴 말이다. 오기 감독은 이 같은 노력으로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를 키웠고,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절치부심하고 있는 이승엽(35)은 바로 이곳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17일 만난 이승엽은 “전지훈련에서 이렇게 열심히 훈련하기는 신인 시절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연습 많이 하는 사람은 못 이긴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 젊은 선수들이 큰 자극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좌우명을 가진 이승엽에게도 오릭스 캠프의 훈련 강도는 생각 이상이다. 베테랑이 많은 다른 팀과 달리 오릭스는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강한 팀을 만드는 방법은 훈련밖에 없다. 지난해 퍼시픽리그 홈런왕(33개) T-오카다는 이승엽과 띠동갑이다.

그런 오릭스에서도 이승엽은 ‘특별대우’를 받는다. 신인 선수 위주의 특별 타격 조에 편성되는 것이다. 2차례에 걸쳐 티 배팅을 하고, 프리 배팅을 끝내면 1시간 내내 이어지는 특별 타격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이날도 예외는 없었다. 5이닝 홍백전을 끝낸 뒤엔 어김없이 특타를 했다.

이승엽은 등에 10장의 파스를 붙이고 있었다. 손바닥도 곰발바닥처럼 울퉁불퉁했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이 같은 과정이 그의 타격감을 살려주기 위한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배려임을 알기 때문이다.

○ 쇼다 고조 코치, 그리고 김성근 감독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승엽은 그 어느때보다 혹독한 훈련을 자청하고 있다.박화용 스포츠동아 기자 inphoto@donga.com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승엽은 그 어느때보다 혹독한 훈련을 자청하고 있다.박화용 스포츠동아 기자 inphoto@donga.com
이승엽의 강훈련은 롯데 시절이던 2005년에도 효과를 봤다. 일본 데뷔 첫해 부진하자 김성근 현 SK 감독이 롯데 인스트럭터로 부임했다. 당시 이승엽은 시즌 중에도 하루 1000개의 배팅을 했다. 손바닥 껍질이 벗겨진 상태에서 “저는 할 수 있습니다”를 외치며 스윙을 계속했다. 그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그해 30홈런, 2006년 41홈런을 칠 수 있었다.

오릭스엔 쇼다 고조 타격코치가 있다. 쇼다 코치는 2009년 김 감독의 SK에서 코치를 하다 지난해 오릭스로 돌아왔다. 쇼다 코치는 이날 이승엽을 부르더니 “타격이 미흡하다고 생각하면 SK 야간 훈련에 가서 더 방망이를 휘둘러라”는 농담을 던졌다. 18일부터 오릭스가 SK가 훈련 중인 오키나와로 옮기기 때문이다. 그는 또 “김 감독으로부터 ‘승엽이는 연습을 좋아하는 선수’라고 들었다. 그 말씀대로 열심히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최근 몇 년간 야구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요미우리에서 뛸 때는 한두 경기 못 치면 라인업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위축됐다. 하지만 이곳에서 정말 마음껏 땀을 흘리며 야구의 재미를 되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17일 평가전에서 2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1차 캠프를 끝낸 이승엽은 18일 오키나와 본섬으로 이동해 삼성, 야쿠르트, 요미우리 등과의 연습 경기에 참가한다.

미야코지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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