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알파인스키의 현재와 미래가
만났다. 겨울아시아경기 2관왕 김
선주(26·오른쪽)는 18일 막을 내
린 전국겨울체육대회에서도 4관왕
에 오르며 최우수선수를 차지한 한
국 알파인스키의 간판. 17세 이현
지(왼쪽)는 김선주를 한 번 이긴 적
이 있는 기대주다.
평창=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녹화테이프를 수십 번 돌려봐도 계속 가슴이 뛰었다. 내 경기의 장면도 아닌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김선주(26·경기도스키협회)의 겨울아시아경기 2관왕 장면을 지켜본 스키 신동 이현지(17·청주여고)의 마음이 그랬다.
전국겨울체육대회 4관왕에 오르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김선주가 한국 알파인 스키의 현재라면 이현지는 미래다.
5세 때 스키를 타기 시작한 이현지는 청주 대성초 4학년 때 이미 초등 무대를 평정했다. 청주 중앙여중 2학년 때인 2009년에는 전국겨울체육대회 중등부 4관왕에 오르며 대회 MVP에 선정됐다. 이후 출전하는 모든 중등 대회를 휩쓸며 ‘설원의 김연아’로 불렸다. 올해 회장배 전국스키대회 슈퍼대회전에서는 처음으로 김선주를 0.01초 차로 이기기도 했다.
17일 전국겨울체육대회 알파인스키가 열린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이현지와 간판스타 김선주를 함께 만났다.
또래에서는 경쟁 상대가 없는 이현지에게 김선주는 선망의 대상이자 라이벌이다. 이현지는 “선주 언니를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김선주도 “싹싹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보기 좋다. 경험만 쌓으면 곧 나를 능가할 것”이라며 칭찬했다.
고교 1학년인 이현지는 이번 대회 고등부 대회전에서 3학년 언니들을 5초가량 따돌리고 2분0초78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일반부에서 우승한 김선주(1분59초85)에게 0.93초밖에 뒤지지 않았다. 이현지는 “선주 언니의 스키 바깥쪽에 힘을 싣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 약점인 회전을 보강해 국가대표에 뽑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스키 세계랭킹인 국제스키연맹(FIS) 포인트에서 역대 한국 여자 최고인 341위에 오른 김선주는 “FIS 포인트는 상대평가라 상위 랭커가 많이 참가할수록 포인트를 따기에 유리하다. 내가 열심히 해야 현지 같은 후배들도 함께 출전해 포인트를 많이 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지도 “언니가 포인트가 높으니 일본 상위 랭커들도 국내 경기에 많이 온다. 설원에서 눈을 치우고 길을 만들어주는 선배”라며 고마움을 표시한 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언니와 함께 출전하는 꿈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며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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