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기자체험시리즈]<10>프로배구 삼성화재 ‘괴물 용병’ 가빈의 스파이크 서브 받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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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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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대포알이 날아왔다… 헉! 무서워 피했다

세계적인 리베로 여오현(왼쪽)이 본보 신진우 기자에게 리시브 노하우를 전수해 줬다①. 이론과실전은 달랐다. 평소에 비해 30% 강도의 서브였지만 몸을 날려도 받기 힘들었다②. 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퍼펙트 리시브’를 성공시켰다. 용인=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세계적인 리베로 여오현(왼쪽)이 본보 신진우 기자에게 리시브 노하우를 전수해 줬다①. 이론과실전은 달랐다. 평소에 비해 30% 강도의 서브였지만 몸을 날려도 받기 힘들었다②. 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퍼펙트 리시브’를 성공시켰다. 용인=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그는 코트 반대편에 서 있었다. 나와의 거리는 15m 이상.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듯 위압감을 줬다. 팔뚝은 웬만한 여성의 허벅지보다 두꺼웠다. 손바닥은 솥뚜껑 같았다. 팔까지 치켜드니 골리앗 앞에 선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하던 그가 잠깐 인상을 썼다. 공포심이 배가됐다. 마침내 그가 뛰어올랐다. 정점에 도달한 순간 “훕” 하는 기합과 함께 장작을 패듯 공을 내리쳤다. 순간 ‘잘해보겠다’던 의욕은 ‘살고 싶다’는 본능으로 바뀌었다. 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대신 움찔하며 피했다.

○ 앰뷸런스 대기시켰어요?

17일 경기 용인시 보정동 삼성휴먼센터에 있는 프로배구 삼성화재 체육관. 기자를 본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인사 대신 이 말부터 건넸다. “밖에 구급차는 대기시켜 놨어요?” 웃으며 받아쳤다. “필요 없어요. 학창시절 동아리에서 배구 좀 했습니다.” 이땐 몰랐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자기 말을 책임지지 못하는 무책임한 남자가 될 줄은.

이날 기자가 만난 선수는 삼성화재의 ‘괴물 용병’ 가빈 슈미트(25). 최고 외국인선수로 꼽히는 그는 지난 시즌 역대 최고 공격성공률(55.55%)에 한 시즌 첫 1000득점까지 돌파하며 정규시즌과 올스타전,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를 석권했다. 올 시즌에도 득점 선두 자리엔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 가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강력한 서브. 시속 110km를 훌쩍 넘기는 그의 스파이크 서브는 스피드뿐 아니라 묵직하기로 유명하다.

서브를 받기 전에 우선 리시브 훈련부터 했다. 강사는 세계적인 리베로인 삼성화재의 여오현(33). 기본적인 자세는 물론이고 시선, 호흡법 등까지 교정을 받았다. 여오현이 꼽은 완벽한 리시브의 3대 요소는 위치 선정과 볼 컨트롤, 자신감. 모두 피나는 훈련에서 온다고 했다. 실제 연습으로 다져진 여오현의 팔뚝은 다른 선수들보다 더 단단했다.

○ 광속 스피드…흔들림도 엄청나


20분 정도 리시브 훈련만으로 충분히 땀을 흘린 뒤 마침내 코트에 입성했다. 일단 목표는 가빈이 넣은 10개의 서브 중 2개 이상 ‘퍼펙트 리시브’를 해내는 것. 그에게 힘껏 쳐보라고 했더니 진짜 앰뷸런스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눈높이를 낮췄다. 실전에서 60% 수준의 서브를 받아내기로 했다.

우선은 적응이 필요했다. 30% 강도로 서브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싱긋이 웃더니 제자리에서 점프해 힘을 빼고 툭 쳤다. 여전히 위력이 만만치 않았다. 제대로 맞은 듯했지만 공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지켜보던 신 감독이 한마디했다. “가빈은 몸무게가 무거운 데다 워낙 힘이 좋아 서브가 묵직해요. 리시브할 때 생각보다 공이 더 많이 튀어 받기 힘들죠.” 사부 여오현은 몸을 더 낮추고 어깨에 힘을 빼라고 충고했다. 그냥 편하게 갖다 대라는 설명. 열 번이 넘는 실패 끝에 마침내 리시브를 성공시켰다.

몇 번 성공했더니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60%까지 파워를 높였다. 그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서브가 날아왔다. 속도도 빨랐지만 공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큰 손바닥으로 공을 감싸 쥐듯 때리는 데다 임팩트 순간 힘이 워낙 강력해 공이 흔들린다고 했다. 코트에서 375cm에 이르는 엄청난 타점도 위협적이었다. 임도헌 삼성화재 코치는 “높은 곳에서 가파르게 꽂히는 서브는 수비수들에게 부담 그 자체”라고 전했다.

리시브를 위해선 일단 공포심부터 떨쳐내야 했다. 하지만 몇 번 엉뚱한 곳에 맞았더니 팔이 얼얼했다. 공을 끝까지 지켜보기 힘들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됐나 싶었는데 이번엔 자세가 문제였다. 공이 빠르고 흔들려 위치를 잡기 어려웠다. 여오현은 “가빈의 손바닥에 공이 맞는 순간 이미 위치를 예측하고 팔을 내밀어야 한다”고 외쳤다. 수십 번의 실패로 낙심하던 순간 팔뚝에 묘한 느낌이 전해졌다. 선수들이 흔히 말하는 ‘그곳’에 공이 부닥치는 느낌. 공은 부드럽게 떠올라 세터 머리 높이로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퍼펙트 리시브. 가빈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웃었다.

다음 날 팔뚝을 보니 피멍이 들어 퉁퉁 부어 있었지만 기분은 뿌듯했다. 그래도 체험은 한 번으로 족할 것 같다.

용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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