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역시 최강의 격투기는 주지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0일 12시 35분


최근 2연패를 당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격투기 황제\' 표도르.     동아일보DB
최근 2연패를 당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격투기 황제\' 표도르. 동아일보DB
'격투기 황제' 예멜리야넨코 표도르(35·러시아)가 13일 안토니오 실바(32·브라질)에게 패한 것은 그의 팬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2000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표도르는 비교적 작은 체구(183㎝, 104㎏)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고유의 격투기인 삼보를 바탕으로 11년간 격투기의 왕좌로 군림해왔기 때문이다.

통산 31승3패를 기록 중인 그는 23번을 KO나 서브미션(관절을 꺾거나 경동맥 등을 조르는 기술로 상대방으로부터 항복을 받음)으로 승리를 거둘 만큼 대단한 위력을 보여 왔다.

표도드를 타고 앉아 주먹을 퍼붓고 있는 안토니오 실바.     AP연합뉴스
표도드를 타고 앉아 주먹을 퍼붓고 있는 안토니오 실바. AP연합뉴스


하지만 실바와의 경기에서 표도르는 테이크다운을 당한 뒤 하위 포지션에서 파운딩을 허용하며 겨우 버티다 결국 TKO패를 당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표도르가 2연속 패배를 당했다는 것. 표도르는 지난해 파브리시우 베우둠(34·브라질)에게 1회전 1분 9초 만에 삼각 조르기와 왼손 암바 혼합 공격을 허용하며 졌다.

이렇게 표도르가 브라질 선수들에게 연패를 당하자 브라질 유술로 불리는 주지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지스 여자부 경기 모습.  EPA연합뉴스
주지스 여자부 경기 모습. EPA연합뉴스


10년 동안 27연승을 달리던 그에게 패배를 안긴 베우둠은 주지스 세계챔피언 출신. 그리고 실바 역시 어릴 때부터 연마해온 주지스를 바탕으로 묵직한 타격이 뛰어난 선수다.

주지스는 일본인 유도 대가 마에다 미츠요가 창시한 실전 무술. 일본에서 태어나 24세 때인 1904년 미국으로 건너간 마에다는 초창기에는 웨스트포인트와 프린스턴 대학에서 유도에 관해 강의를 하며 지냈다.

하지만 파이터로서의 천성을 타고 난 그는 좀 더 강한 자와 싸워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트리트 파이터로 나섰다.

목에 '나를 이기면 1000달러(You can get 1000$ by defeating me)'라는 간판을 걸고 다니며 2000회에 달하는 길거리 싸움을 벌여 모두 승리했다.

마에다는 이런 실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싸움의 여러 가지 기술을 연구해 요즘 격투기에서 볼 수 있는 암바나 마운트 펀치 같은 새로운 기술까지 개발했다.

세계를 떠돌던 마에다는 스페인을 거쳐 1915년 브라질에 정착했고, 여기서 그는 브라질의 유력 인사인 가스티우 그레이시와 사귀게 되고, 가스티우는 아들 카를로스 그레이시에게 마에다 도장에서 유술을 배우게 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 최강의 격투기 가문인 '그레이시 패밀리'가 시작됐다. 유술의 일본어 발음인 쥬짓츠가 영어로 바뀌면서 주지스로 읽혔고, 마에다에 뿌리를 둔 그레이시 가문이 최강의 무도 집안으로 이름을 떨치면서 '브라질리안 주지스'가 퍼지게 됐다.

사실 표도르의 주특기인 러시아 삼보에도 주지스의 여러 가지 기술이 들어있다. 러시아 삼보야 말로 그루지야공화국,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고유 호신술과 몽골 씨름, 유도, 주지스 등 각 지방의 독특한 격투 기술을 정리해 만들어진 무술이기 때문.

그러나 주지스는 창시자인 마에다가 실전에서 터득한 기술이 많은 만큼 조르기나 관절 꺾기 등에서 삼보보다는 더 강한 면이 많다.

특히 '포스트 표도르' 1순위 후보로 꼽히는 케일 벨라스케즈(28·미국) 등 세계 격투기 계의 예비 스타들 대부분이 이 주지스로 무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슬러 출신인 벨라스케즈는 주지스 브라운벨트에, 무에타이까지 익혀 현재 UFC 헤비급 챔피언을 차지하고 있는 강자다.

표도르의 하락세와 함께 새롭게 떠오르는 샛별들을 보면 주지스가 당분간 격투기 계를 접수하는 최강의 무술임이 틀림 없는 것 같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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