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유소년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김동성 씨(31)가 체벌 논란에 휘말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한국인 스피드 스케이팅 코치가 폭행으로 고발당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말을 인용해 김 씨가 지난해 초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주에서 쇼트트랙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부 학부모들이 김 씨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하키 스틱과 스케이트 날 보호가죽, 타이머 등으로 복부와 엉덩이, 손 등을 때렸다며 미국 스피드스케이팅연맹에 진정서를 냈고, 연맹은 김 씨에게 경고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한 학생은 "내가 기술을 터득할 때까지 하키 스틱으로 때리거나 가슴을 쑤시고 꼬집기도 했다"며 "스케이트를 잘못 탈 경우 다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바보 같은 녀석아. 그것도 못하냐. 연습은 왜 하냐. 집에서 TV나 봐라'며 모욕했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김 씨는 반박했다. 그는 "만약 체벌을 가했다면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은 기자가 아니라 경찰관일 것"이라며 "하키 스틱을 가지고 다닌 건 맞다. 수강생들 자세를 바로 잡는 도구로 쓰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체벌 주장이 클럽 운영 방식에 불만을 가진 일부 학부모들의 일방적 목소리라는 의견도 있다. 김 씨는 지난해 코치로 있던 '포토맥 스피드스케이팅 클럽'을 나와 자기 이니셜을 딴 'DS 스피드 스케이팅 클럽'을 창단했다. 이 과정에서 수강생 60%가 김 씨를 따라 클럽을 옮기면서 학부모들 사이에 불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부모 32명은 체벌 주장에 맞서 김 씨를 옹호하는 서한을 지난해 9월 연맹에 제출했다. 김 씨를 옹호하는 학부모들은 "학부모 20~30명이 연습 장면을 지켜보는데 체벌을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제 정신을 가지고 체벌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승'을 대하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주장도 있다. 한 수강생은 "체벌은 참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 학부모들은 비행기 표를 대신 사주고, 연습 전에 식사를 대접하면서 그를 신처럼 떠받는다. 그 학부모들을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 씨 옹호 서한을 보낸 학부모 32명은 대부분 한국계였다.
양 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연맹도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브래드 고스코비츠 회장은 "체벌을 가했다는 진정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경찰조사보고서 같은 근거가 없으면 진정서만으로 주장이 사실인지 판가름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김 씨는 "처음에 체벌 문제가 생겼을 때 너무 상심해 미국을 떠나려 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생각해 마음을 고쳐 먹었다"며 "연맹에서 코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리거나 아예 코치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 이상 명확한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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