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골키퍼’들의 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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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7시 00분


수원 삼성에서 전남 드래곤즈로 이적한 이운재. 사진제공=전남드래곤즈
수원 삼성에서 전남 드래곤즈로 이적한 이운재. 사진제공=전남드래곤즈
프로 첫 이적 전남드래곤즈 이운재

수원 코치직 뿌리치고 현역 택해
“수원경기장 낯설지 않을 것 같아
올 시즌 아름답게 빛내고 싶다”


불혹의 수문장 대전시티즌 최은성

플레잉코치 겸임 1년 계약 연장
“지난 시즌 팀 추락 내 탓이 커
운재 현역으로 뛰어 다행이다”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 데뷔전을 앞둔 신예들 못지않게 베테랑들도 새 시즌에 대한 설렘이 가득 하다.

K리그 최고 수문장으로 수원 삼성을 떠나 전남 드래곤즈에 새롭게 둥지를 튼 이운재(38)와 대전 시티즌 최은성(40)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이 뛰는 매 경기가 K리그의 역사이자 아름다운 전설로 남는다.

24일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둘은 한 목소리로 “올 시즌을 아름답게 빛내고 싶다”고 당당한 포부를 전했다.

이운재와 최은성은 같은 길을 걸었다.

명성이나 국가대표팀 내에서의 활약상은 이운재가 한 걸음 앞섰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궜고, ‘한 팀에서 은퇴하겠다’는 꿈을 나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운재는 전 소속 팀 수원이 제안한 코치직을 뿌리치고 전남에 입단했다. 현역 생활을 좀 더 이어가고 싶은 꿈 때문이었다. 프로 생애 첫 이적 경험.

반면 최은성은 비록 (플레잉) 코치 신분이지만 그래도 필드를 계속 밟을 수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또 1년 계약을 연장했다.

그래서일까. 올 시즌은 이들에게 아주 특별하다.

이운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이 낯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웃으며 남긴 온화한 한 마디였어도 뼈가 담겨 있었다. 오기와 독기마저 느껴졌다.

“사실 미디어데이 행사에 오는 동안 내가 최연장자라 걱정했는데, 그래도 곁에 (이)운재가 있어서 다행스럽다”고 농담을 던진 최은성은 “올해는 길이 기억에 남을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지난 시즌 추락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린 최은성이다. 딱 한 번 맛본 우승 경험. 2001시즌 FA컵을 평정한 게 유일한 타이틀이었다.

제 입으로 직접 “대전은 내 삶의 일부”라고 말한 것도 강렬한 포부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작년에 내가 선제골을 많이 내줘 팀이 어려웠다. 올해는 같은 아픔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요즘 남해에서 마무리 훈련 중인데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코치) 선생님이 아닌, 어리고 젊은 후배들을 잘 받쳐주는 듬직한 형이 되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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