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대한항공엔 ‘배구도사’가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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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6일 03시 00분


#1. ‘만년 3위’ 꼬리표를 떼고 프로배구 남자부 선두에 오른 대한항공.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에게 고공비행의 비결을 물었더니 신인 곽승석(23)의 활약을 첫손에 꼽았다. 신 감독은 “공격에서도 제 몫을 하지만 수비가 정말 좋다. ‘제2의 신진식’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극찬했다.
#2. 지난 시즌 챔피언 삼성화재는 올 시즌 11승 13패로 5할 승률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배구 도사’ 석진욱(35)의 부상을 아쉬워했다. 그는 “진욱이의 비중은 용병인 가빈 슈미트 이상”이라며 “수비, 경기 조율 등 모든 면에서 공백이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배구 도사? 누구나 꿈꾸지만

호쾌한 스파이크는 팬들을 열광시키지만 깔끔한 수비는 감독을 웃게 만든다. 공격력만 좋은 선수는 ‘반쪽 선수’란 불명예를 안지만 수비까지 겸비한 선수는 ‘배구 도사’란 찬사를 받는다.

배구 선수라면 누구나 배구 도사가 되길 꿈꾼다. 하지만 그만큼 되기 힘든 게 배구 도사. 현재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문성민(25·현대캐피탈), 김요한(26·LIG손해보험) 등은 그 칭호를 얻지 못했다. 김세진 KBSN 해설위원은 “배구만큼 공격과 수비가 다른 운동도 없다. 사용하는 근육부터 미세한 감각까지 전혀 다르다. 그래서 공수를 다 잘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배구 도사의 존재감은 코트에서 절대적이다. 그가 있어 조직력은 배가된다. 박희상 우리캐피탈 감독은 “배구 도사가 있으면 그를 구심점으로 팀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도헌 삼성화재 코치는 “한 명의 배구 도사는 선수 두 명의 효과를 낸다. 라이트의 공격 부담과 리베로의 수비 부담을 동시에 덜어준다”고 강조했다. 서남원 대한항공 코치는 “발군의 센스로 팀 내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데 감독이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 임시형-안준찬 등도 배구 도사 후보

대한항공 곽승석. 동아일보 DB
대한항공 곽승석. 동아일보 DB
그런데 최근 배구 도사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석진욱 이후 배구 도사 계보가 끊겼다는 위기론은 그래서 등장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훈련 부족을 이유로 지적했다. 예전엔 중고교 시절 혹독하게 기본기부터 지도했지만 최근 지도자들은 당장 팀 성적 올리는 데 급급해 주포들에게 공격에만 전념하도록 주문한다. 겉멋만 든 반쪽 선수들이 양산되는 이유다.

한국배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프로 구단들의 근시안적인 선수 수급을 비판했다. 구단들이 마케팅용으로 과포장된 선수들만 선호하다 보니 선수들 역시 일찌감치 눈에 보이는 기록에만 집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신진식 KBSN 해설위원은 “리베로 제도가 생긴 뒤 궂은일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더 커졌다”고 했다. 그는 “수비나 리시브는 어느 경지에 오르면 스파이크보다 더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된다. 최근 선수들은 수비 훈련 자체가 적다 보니 그걸 느낄 단계에도 도달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물론 아직 희망은 있다. 전문가들은 1985년 이후 태어난 선수 가운데 가장 유력한 배구 도사 후보로 곽승석을 꼽았다. 그는 올 시즌 시간차 공격 5위(63.04%), 이동 공격 8위(50%)에 세트당 리시브 성공 6위(4.15개)가 말해 주듯 공수 밸런스를 잘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EPCO45 임시형(26), 우리캐피탈 안준찬(25) 등도 후보로 꼽힌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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