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주전빠져 맥빠진 연습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대한항공-현대캐피탈, 무성의한 1, 2위전… 팬들 원성

8일 오후 천안 유관순체육관. 밖은 쌀쌀했지만 경기장은 뜨거웠다. 체육관에 붙은 ‘배구특별시 천안’이란 문구에 걸맞게 관중이 대부분의 자리를 채웠다. 곧이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 순간 경기장에 정적이 흘렀다. 이유는 간단했다. 코트에 주전들이 없었다. 이날 경기는 프로배구 남자부 정규리그 1, 2위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올 시즌 마지막 대결. 대한항공은 ‘만년 3위’ 꼬리표를 떼고 지난 경기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 자랑스러운 얼굴들을 보기 위해 많은 대한항공 팬들이 인천에서 원정 응원을 왔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대한항공을 4번 만나 한 번도 이겨보질 못했다. 홈 팬들은 ‘명문’ 현대캐피탈의 통쾌한 설욕을 기대하며 경기장을 찾았다. 이 경기는 전문가들로부터 ‘미리 보는 챔피언결정전’으로 불렸다. 양 팀이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칠 걸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은 경기에 앞서 “이맘때가 부상 확률이 가장 높다. 주전들을 쉬게 하겠다”고 했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도 “4패나 5패나 매한가지”라고 응수했다.

경기는 현대캐피탈의 3-0(25-19, 25-16, 25-18) 완승. 서로 이해(?)하고 넘어간 감독들과 달리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20대 여성 팬은 “부산에 사는데 김학민을 보러 일부러 왔다. 입장료를 환불받고 싶은 심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배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프로리그에서 순위가 결정됐다고 주전들을 쉬게 하진 않는다. 최근 배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구미에서 열린 경기에선 4위 LIG손해보험이 6위 우리캐피탈을 3-0(25-20, 25-18, 26-24)으로 꺾었다.

천안=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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