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기온 섭씨 2.9도에 초속 2.9m의 동북풍을 동반한 봄비는 선수들의 근육을 굳게 했다. 레이스를 마친 오전 10시경 기온조차 섭씨 3.4도. 바람이 강해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졌다. 유망주 김민(건국대)은 25km 지점에서 저체온증을 일으켜 응급차로 이송돼 병원 신세를 졌다. 지난해 국내 개최 대회 최고기록(2시간6분49초)을 세우며 우승한 실베스터 테이메트를 포함해 보니파세 무에마 음부비 등 케냐의 건각들도 일찌감치 레이스를 포기했다.
임상규 삼성전자 여자마라톤 감독은 “비만 아니었다면 최대 2, 3분은 당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정하준 코오롱 감독도 “남자의 경우 2시간7분대도 나올 수 있었는데 비가 가로막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비가 왔음에도 압데르라힘 굼리(모로코)가 2시간9분11초, 정진혁(건국대)이 2시간9분28초를 기록한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진혁의 깔끔한 레이스가 돋보였다. 이번이 풀코스 세 번째 도전인 정진혁은 페이스메이커 가운데 폴 키프로프 키루이(케냐)의 뒤를 따라가는 전략을 펼쳤다. 정진혁은 “키루이가 보폭이나 레이스 리듬이 나와 비슷해 따라갔다”고 말했다. 정진혁은 키루이가 30km 지점에서 빠지자 이날 1위를 차지한 굼리와 4위를 한 웨가예후 기르마(에티오피아)를 따돌리고 먼저 스퍼트를 했다.
하지만 스퍼트를 너무 일찍 한 게 발목을 잡았다. 정진혁은 35km까지 레이스를 잘했지만 잠실대교를 건너 약 36km 지점에서 굼리에게 역전을 당했다.
여자부에서는 에티오피아의 로베 구타와 중국의 웨이야난이 초반부터 줄곧 각축을 벌인 끝에 1, 2위를 차지했다. 정윤희(대구은행) 이선영(SH공사) 이숙정(삼성전자)은 35km까지 나란히 달리다 이후 정윤희가 스퍼트해 두 라이벌을 따돌리고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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