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서울국제마라톤-제 82회 동아마라톤]정진혁의 ‘마라톤 아버지’ 전용환 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남달랐던 정 선수 알아보고 중학생때부터 자식처럼 돌봐
“내년 런던올림픽 메달 기대 가능한 모든 지원할겁니다”

정진혁과 전용환 회장(오른쪽).
정진혁과 전용환 회장(오른쪽).
“고생했다. 네가 일낼 줄 알았다.”

건국대 3학년 정진혁이 한국 마라톤의 희망으로 떠오른 20일. 한국실업육상경기연맹 전용환 회장(52)이 레이스를 마친 그를 찾았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봉투 하나를 품속에서 꺼냈다. 여느 단체장이 선수에게 주는 격려금이 아니라 늘 줘오던 용돈이었다. 정진혁이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전 회장은 ‘버섯 박사’로 통한다. 그가 대표로 있는 경기 양평군의 ㈜하나농산은 연매출 약 200억 원을 올리는 국내 최대의 버섯농장이다. 그런 그가 마라톤과 무슨 인연이 있는 걸까. “육상선수로 뛰다 고교 3학년 때 인대를 다쳐 그만뒀지요. 제대 후에도 미련이 남아 고향 홍성에 있는 고교에서 코치를 하다 과수원을 거쳐 이 일을 시작했어요.”

사업의 길로 들어섰지만 그는 꾸준히 육상연맹 산하단체 임원을 맡으면서 꿈나무들에 대한 지원을 이어갔다. 그러다 중학생이던 정진혁을 만났고 어느덧 아버지와 아들 같은 사이가 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가능성이 보였어요. 마라토너가 되려면 운동능력도 중요하지만 성실함과 인내력이 남달라야 하거든요.”

전 회장은 요즘도 주말이면 가끔 경기 이천시 건국대 숙소에 있는 정진혁 등 후배들을 양평농장으로 부른다. “밥이나 먹으러 오라”고 하지만 또래끼리 어울려 과음이라도 할까 하는 노파심 때문이기도 하다.

전 회장은 정진혁이 이룬 성과가 중고교 및 대학 시절 지도자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진혁이가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거라고 믿어요. 그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할 겁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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