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초반 FC서울과 대전 시티즌의 자리바꿈이 주목된다. ‘디펜딩챔피언’ 서울은 15위로 추락했고, 대전은 2위까지 뛰어 올랐다. 1무2패와 2승1무.
공교롭게도 서울과 대전은 똑같은 말을 외친다. 20일 전남 원정에서 0-3으로 완패한 서울 황보관(사진) 감독은 “선수들이 FC서울이라는 프라이드를 걸고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우리 위상다운 경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경남FC의 돌풍을 홈에서 잠재운 대전 선수단도 비슷한 말을 해왔다. 킥오프 전, 대전 선수들은 둥글게 모여 항상 “우린 대전이다”를 외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서울과 대전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신력과 의지가 이러한 상황을 빚어냈다.
팀 조직력에도 차이가 있다. 3라운드까지 서울은 분명 ‘안 되는 집안’이다. 고질로 지적돼 온 모래알 조직력이 선수단을 지배하고 있다. 개인기에 의존할 뿐 아니라 ‘골 넣는 법’까지 잃어버렸다. 제파로프-몰리나-데얀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용병 공격진 3인방도 무용지물이었다.
반면 대전은 철저한 무명이다. 내세울 게 없으니 정신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대전 골키퍼 최은성은 “후배들의 설움이 큰 게 실전에선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여기에 브라질 용병 박은호는 2007년 대전의 6강 신화를 이끈 데닐손-슈바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다. 대전의 정신력이 돋보이는 시즌 초반이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