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1챔프 페텔, 올시즌 개막전 호주그랑프리도 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8일 03시 00분


《그것은 절규와도 같은 소리였다. 하늘을 찢는 비명과도 같이 날카롭고 긴 고음과 파열되는 듯한 엔진의 폭발음이 동시에 울리며 스탠드를 흔들었다. 무릎에 올려둔 수첩과 카메라가 진동했고 고막이 손상될까 두려워 마침내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관중은 크고 작은 마개로 귀를 보호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경주용 자동차가 공기를 가르며 내는 마찰음과 750마력에 달하는 엔진이 내는 굉음이었다.》

지상 최고의 스피드를 가리는 포뮬러 원(F1) 그랑프리의 2011년 개막전인 호주 멜버른 대회가 27일 막을 올렸다. F1 대회는 1년간 열리는 각 지역 대회 점수를 합산해 종합 1위(월드챔피언)를 가린다. 올해에는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전남 영암에서 16번째 대회가 열리는 것을 비롯해 모두 19차례의 대회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 역대 최연소 월드챔피언에 올랐던 제바스티안 페텔(24·독일)은 멜버른 대회에서 1위에 오르며 올 시즌도 화려한 질주를 예고했다. 그는 지난해 브라질 대회와 아부다비 대회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1위에 올랐다.

멜버른 앨버트파크의 5.303km 서킷을 58바퀴(총길이 307.574km) 도는 이번 경주에서 페텔은 1시간29분30초259로 2위 루이스 해밀턴(26·영국)을 22.297초 앞서는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속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각종 조치를 취했다. 처음으로 운전 중 뒷날개(리어 윙) 조절을 허용했다. 코너를 돌 때 뒷날개에 전해지는 공기압력을 높게 함으로써 차체가 지면에 더욱 잘 달라붙도록 하는 효과를 노렸다. 이는 더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도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전에는 뒷날개를 고정시킨 뒤 경주에 나섰다. 각 팀에서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의 20%를 공기역학 연구에 쏟아 붓는다.

이와 함께 2009시즌 이후 금지했던 에너지 재생장치(KERS)를 다시 도입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마찰로 생기는 에너지를 전기 배터리에 모았다가 직선도로에서 엔진출력을 높일 때 다시 활용하는 장치다. 직선도로와 코너에서의 속도를 모두 높이기 위한 조치다. 페텔은 직선도로에서 시속 300km, 코너에서도 190km의 속도를 냈고 평균 206.184km로 달렸다. 타이어도 중요한 변수가 됐다. 이번 대회부터 기존의 브리지스톤에서 피렐리의 타이어로 바꿨다.

새 기술의 실험무대와도 같은 이번 개막전에선 페라리 팀이 몰락했다. 페라리 팀은 이번 대회에서 지난해 종합 2위를 했던 페르난도 알론소(30·스페인)가 4위, 지난해 종합 6위를 했던 펠리피 마사(30·브라질)가 7위로 떨어져 초상집 분위기. 반면 자동차 경쟁업체인 맥라렌 팀은 해밀턴이 2위, 젠슨 버튼(31·영국)이 6위에 올랐다. 1위 선수를 배출한 건강음료 업체 레드불 팀은 관객들에게 무료 음료를 나눠주며 승리를 자축했다. 돌아온 전설 미하엘 슈마허(42·독일)는 22바퀴에서 레이스를 포기했다.

멜버른=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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