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거간꾼 배 채우는 이적수수료 이제 그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4월 1일 07시 00분


선수등록을 모두 끝낸 요즘 K리그 구단 계약 담당자들은 모처럼 홀가분한 기분을 만끽할 때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또 다른 문제로 고민에 휩싸인다고 한다. 바로 에이전트 수수료 때문이다. 프로스포츠, 특히 축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윗분들이 새로 부임한 경우 담당자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에이전트들은 수수료를 적게 준다고 볼멘소리고, 구단 사장, 단장은 ‘수수료가 왜 필요하냐’며 한 푼이라도 더 깎기 위해 혈안이다.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서 담당자들은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다. 더욱이 ‘에이전트와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을 때면 허탈하기까지 하다. K리그 클럽들 간에 ‘정해진 룰’도 없고, 수수료 지급기준도 중구난방이다. 에이전트로선 수입에 대한 예측이 안 되기 때문에 늘 살림살이가 불안하다.

K리그 구단들은 대략 연 2억∼5억원 정도를 에이전트 수수료로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예산의 2∼3% 정도인데, 경영자의 입장에선 가뜩이나 빠듯한 예산에 ‘없어도 되는’지출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클럽들이 매년 예산의 3∼5%를 수수료로 지출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K리그 구단들의 ‘과다 수수료’운운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다만, 줄 것을 다 주면서도 에이전트들로부터 늘 볼멘소리를 듣게 되는 것은 잘못된 수수료 관행 때문이다. 에이전트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선수계약 수수료에는 턱없이 인색하면서도, 거액이 오고가는 이적 수수료는 거침없이 주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전체 수수료의 절반 이상은 이른바 선수 이적에 따른 이적수수료인데, 이는 쓰지 않아도 될 돈이다. 이적협상, 특히 국내 클럽 간 이적은 구단끼리 직접 처리하는 게 맞다. 대다수 유럽클럽 역시 이적 협상은 클럽 간에 끝내는 게 원칙이다. 대신 선수 에이전트에겐 선수연봉과 계약기간을 고려, 전체 계약금액의 5∼10%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게 상식이다. 연봉 1억원인 선수가 3년 계약을 했다면 수수료는 1500만원(5%)∼3000만원(10%) 사이가 된다.

대신 수수료는 이적상황을 고려, 매년 분할 지급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다보면 구단재정이 바닥날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불필요한 이적수수료만 없애도 이는 간단히 해결된다.

현재 K리그는 이적을 전문으로 하는 ‘거간꾼’들만 배를 채우고 있는 구조다. 선수계약 수수료는 100만원을 깎으려고 혈안이 되면서도 억대를 넘나드는 이적 수수료는 과감하게 지르는 게 현실이다. 애써 선수를 보유하지 않아도 구단 고위층만 잘 알면 거간꾼 노릇만으로도 매년 거액을 벌어들일 수 있다. 이러한 돈은 최대한 줄이고 선수계약 수수료는 제대로 지급하는 게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이다.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축구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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