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갈매기 26.5%“30년 짝사랑 끊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엔씨소프트 창단… ‘흔들리는 부산-경남 팬심’ 200명 설문

《경남 창원에 사는 이진성 씨(50·회사원)는 최근 롯데 자이언츠와의 30년 인연을 끊기로 결심했다. 창원을 연고로 하는 엔씨소프트 창단 과정에서 보인 롯데의 옹졸한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차로 1시간이 훌쩍 넘는 부산 사직구장을 1년에 20회 이상 방문하는 열혈 롯데 팬이었다. 그는 “마산 홈경기를 1년에 6경기밖에 안 하면서 지분을 주장하는 롯데를 보면 분통이 터진다”며 “올해부터는 사직에 가지 않겠다. 언제 열릴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엔씨소프트의 2군 경기를 보러 가겠다”고 말했다.》

창원을 연고지로 하는 9구단 엔씨소프트가 출범하면 30년 동안 롯데를 지지했던 창원 팬 상당수가 응원하는 팀을 바꿀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창원 야구팬은 롯데가 올 시즌을 앞두고 이대호와 연봉 조정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 데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DB
창원을 연고지로 하는 9구단 엔씨소프트가 출범하면 30년 동안 롯데를 지지했던 창원 팬 상당수가 응원하는 팀을 바꿀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창원 야구팬은 롯데가 올 시즌을 앞두고 이대호와 연봉 조정 문제로 신경전을 벌인 데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DB
부산 경남 지역의 야구 민심이 심상치 않다. 롯데에 대한 불만은 31일 엔씨소프트 창단 승인식과 함께 지지자 이탈로 구체화될 기세다. 본보 기자가 직접 창원, 부산 시민 각 10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해 야구 민심을 읽어봤다.

창원체육관, 창원시외버스터미널 등지에서 만난 창원 시민들의 롯데에 대한 분노는 예상보다 컸다. 롯데 팬이라고 밝힌 68명 가운데 26.5%가 지지 구단을 엔씨소프트로 바꾸겠다고 답했다. 롯데와 엔씨소프트를 함께 응원하겠다는 야구팬(44.1%)까지 합하면 창원의 롯데 팬 중 열에 일곱은 고향 구단에 관심을 두겠다는 얘기다. 계속 롯데만 응원하겠다는 답은 20.6%에 불과했다.

응답자 가운데 88%가 엔씨소프트 홈경기를 보고 싶다고 밝힌 점도 창원 시민들의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46%가 1∼4회, 27%는 5회 이상, 12%는 10회 이상 창원 홈경기를 관람하겠다고 답했다.

창원의 야구 민심에 불을 지핀 것은 롯데의 제9구단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68%의 창원 시민이 롯데의 엔씨소프트 창단 반대가 불쾌하다고 답했다. 창원 효성중공업에서 일하는 이진영 씨(27)는 “이대호 연봉 문제에 이어 롯데가 계속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 1년에 10번은 사직에 갔는데 갈 마음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창원 시민들만의 감정은 아니다. 부산역과 부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부산 롯데 팬 72명 중 6.9%가 엔씨소프트로 지지 구단을 바꾸겠다고 했다. 19.4%는 둘 다 응원하겠다고 답했다. 다수는 아니지만 부산에서도 충성도 높기로 유명한 롯데 팬들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부산 시민들은 롯데에 대한 섭섭함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엔씨소프트에 대한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부산역에서 만난 박현민 씨(28·회사원)는 “롯데의 태도는 야구 도시 부산에 걸맞지 않았다. 창원과 엔씨소프트가 투자한 만큼 롯데도 부산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 시민의 30%가 고향 구단에 불만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경남의 야구팬들은 롯데와 엔씨소프트의 상생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엔씨소프트가 공식 창단한 만큼 한국 야구 중흥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200번째 설문에 응한 롯데의 30년 팬 장철수 씨(45·물류업)의 진언은 ‘지금의 혼란이 미래 한국 야구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체 프로야구의 파이가 커지면 롯데에도 결국 이득입니다. 뉴욕 양키스와 메츠, LG와 두산처럼 멋진 부산-창원 더비를 만들어야죠. 상상만으로도 흥분되지 않나요.”

창원·부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