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의 치열함? 감독도 잘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4월 2일 07시 00분


줌 인 유럽|유럽의 더비

밀라노 더비
지난해 AC밀란에 패한 인터밀란
베니테스 감독 경질 결정적 계기
내일 리그 선두자리 놓고 빅매치


올드펌 더비
종교색 가미된 셀틱-레인저스전
한일전 못지않은 엄청난 분위기

3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밀라노 더비’가 펼쳐진다. 매치 업의 주인공은 AC밀란과 인터 밀란.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렵다. 나란히 세리에A 1, 2위를 다투고 있어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관심을 끈다. AC밀란이 승점 2점차로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이탈리아 외에도 유럽 축구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더비 전을 정리해본다.

● 같은 구장, 다른 환경의 밀라노 더비

‘더비(Derby)’는 스포츠에서 동일 지역의 팀들이 만나는 경기로 설명할 수 있지만, 축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AC밀란과 인터 밀란은 패션의 도시 이탈리아 밀라노를 대표하는 클럽으로, 두 팀은 같은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8만6000여 명 수용 규모의 경기장 명칭은 AC밀란의 홈경기라면 스타디오 산 시로가 되고, 인터 밀란이 홈 팀 자격을 얻으면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가 된다. 이번 주말은 산 시로에서 펼쳐진다. 양 팀 서포터스의 구역은 분리돼 있어 마찰을 최소화한다.

다만 AC밀란이 좀 더 오랜 전통을 지녔다. 1899년 창설된 AC밀란은 다소 폐쇄적이었다. 자국(이탈리아)과 영국 선수들만으로 선수단 구성을 꾀한 게 클럽 분리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1908년 인터 밀란은 독립을 선언했고, 외국 국적의 선수들까지 두루 받아들이면서 ‘인터(Inter)’란 정식 명칭이 붙었다.

역대 전적에서 AC밀란이 앞선다. 리그와 컵 대회,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대항전에서 총 274차례 만나 107승72무95패로 우위를 점했다. 최근까지는 인터 밀란이 더비 3연승을 달리며 우세했으나 작년 11월 쥐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대결에선 AC밀란이 1-0으로 이겼다. 당시 인터 밀란 사령탑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경질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물론이다.

사령탑에 얽힌 또 다른 일화가 있다. 베니테스 감독의 뒤를 이어 인터 밀란 지휘봉을 잡은 브라질 출신의 레오나르두 감독은 현역 시절 AC밀란에서 레전드 칭호를 받으며 맹활약했고, 1년여 간의 팀 기술고문을 거쳐 2009∼2010시즌 AC밀란 지휘봉을 직접 잡았다. 그래서일까. 레오나르두 감독은 “아직 많이 남은 일정의 한 부분”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한 반면, AC밀란 알레그리 감독은 “아주 특별한 도전에서 꼭 승점 3점을 보태 우승 경쟁에서 한 걸음 더 앞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AC밀란은 골게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는 가운데 브라질 출신 알렉산드레 파투와 호비뉴를 내세웠고, 인터 밀란은 아프리카 최고 스트라이커 사뮈엘 에투를 필두로 6시즌 연속 리그 정상을 꿈꾸고 있다.

● 수많은 더비의 역사

세리에A에는 밀라노 더비뿐 아니라 로마 더비가 있다. 전통의 명문 AS로마와 SS라치오 간 대결은 또 다른 주목거리. 밀라노 더비처럼 나란히 올림피아 스타디움을 홈으로 활용하며 유벤투스와 토리노FC 간의 토리노 더비 역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지녔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도 빼놓을 수 없다. 프리미어리그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맨체스터 더비’가 있고 아스널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가 눈길을 끈다. 런던에는 첼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등이 있어 여러 차례 런던 더비가 치러진다.

스페인에는 레알 마드리드와 애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마드리드 더비’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 및 FC바르셀로나 간의 ‘엘 클라시코 더비’가 구미를 끈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도 종교적 색채가 가미된 셀틱FC와 레인저스의 ‘올드펌 더비’가 있는데, 이 경기를 놓고 가톨릭 성향의 셀틱 코리안 듀오 기성용과 차두리는 “한일전 못지 않다”며 엄청난 분위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K리그에도 더비가 있다. 전북 현대-전남 드래곤스 간의 ‘호남 더비’가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승부는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대결처럼 클래식 매치로 평가받고 있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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