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컴퓨터를 켠 대한양궁협회 직원들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주말 동안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을 뒤흔들 뉴스가 나타났다 조용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날 협회에 따르면 국제양궁연맹(FITA)은 1일 만우절을 맞아 ‘올해부터 전 세계 선수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리커브 10m 경기를 각종 대회에 도입하겠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FITA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10m 경기를 열기 위해 런던 올림픽조직위원회와 협의할 계획이라며 올림픽 경기장을 바꾸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이 같은 사실을 진작 통보 받았더라면 협회는 사실 확인을 하느라 분주했을 게 분명하다. 올림픽 양궁은 예선과 본선이 모두 70m 경기로 치러진다. 10m 경기는 거의 모든 선수가 만점을 받을 만큼 짧은 거리다. 이 경우엔 추가로 한 발을 쏴 화살과 과녁 중심의 거리를 재는 방식으로 승부를 가르는 슛오프를 치러야 한다. 실력보다는 행운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말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튿날인 2일 FITA는 다시 홈페이지에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어제의 발표는 만우절 거짓말’이라는 글을 올렸다. 협회 직원들은 4일 출근한 뒤에야 FITA의 이 같은 황당한 행동을 알 수 있었다.
협회 관계자는 “10m 경기를 치른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던 데다 상황이 모두 끝난 뒤 그 같은 사실을 알게 돼 웃고 말았다”며 “하지만 세계무대에서 집중 견제를 받아왔던 처지라 다시 한 번 한국 양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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