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KIA와 두산의 잠실 첫 경기. 두산이 0-1로 뒤지던 3회말. KIA 양현종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 정수빈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현수와 김동주의 연속 볼넷으로 2사 만루. 그리고 타석에 최준석(사진)이 들어섰다.
두산 응원석에서는 ‘최준석 만루홈런’이라는 응원이 터져 나왔다. 한 방이 있는 5번타자에게 만루홈런을 바라는 관중들의 함성, 그러나 최준석은 데뷔 11년 동안 단 한 번도 만루홈런을 치지 못했다.
볼카운트 1-2, 양현종은 몸쪽 높은 곳으로 체인지업을 던졌고 최준석은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다. 훨훨 날아간 공은 KIA 좌익수 김상현, 중견수 이용규의 뒤를 넘어 좌측 펜스로 넘어갔다. 프로 11년 만에 첫 만루홈런, 그것도 역전만루포. 최준석은 떠나갈 듯 터지는 관중들의 환호 속에 베이스를 돌았다. 그러나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발걸음, 그리고 언뜻 이해하기 힘든 교체가 이어졌다. 두산은 4회초 수비부터 최준석을 빼고 오재원을 1루에 세웠다.
최준석보다 오재원이 수비가 좋다고 하지만 아직 경기 초반 그리고 3점차. 만루홈런을 때리며 최고의 타격감을 보인 5번타자가 더 필요할 때였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말하지 못할 아픔이 숨어있었다. 최준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배트를 휘둘러 만루홈런을 터트리는 순간 오른쪽 허벅지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근육통을 느꼈고, 베이스를 돌면서 고통이 더해져 더 이상 경기를 뛸 수 없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8일 밤은 최준석에게 아주 특별했다. 어쨌거나 최준석은 자신의 첫 만루홈런 공을 갖고 싶어했고 구단은 수소문 끝에 공을 받아내 최준석에게 쥐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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